
예전에는 며느리와도 편하게 안부를 주고받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답장이 짧아지고 아들을 거치지 않으면 말이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다 전화도 안 받고 모임에도 안 나오고, 꼭 해야 할 말조차 아들을 통해서만 전해지는 상황까지 이어진다.

특별히 서운하게 한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 싶지만, 관계가 멀어지는 과정은 겉으로 드러나기 훨씬 전부터 이미 시작된 경우가 많다. 특히 세 가지 지점에서 그 거리가 조금씩 벌어진다.

부부 사이에 낀 감정이 쌓여서
시댁에 다녀온 날 차 안에서 말수가 줄고, 집에 돌아와서도 냉랭한 기운이 이어지는 부부가 있다. 평소엔 아무 문제 없다가도 부모님 이야기만 나오면 예민해지고, 시댁을 다녀올 때마다 비슷한 걸로 부부싸움이 반복된다.
한두 번은 그날의 기분 탓으로 넘길 수 있지만, 이게 반복되면 방문 자체가 부담으로 바뀐다. 처음부터 연을 끊으려던 게 아니라 방문 횟수를 줄이는 것으로 시작해서, 어느 순간 연락 자체가 뜸해지는 식으로 흘러간다.

아들을 사이에 두고 마음이 전달돼서
서운한 일이 있어도 직접 말하기 어려워 먼저 아들에게 전하고, 아들이 그걸 다시 상대에게 전하는 방식이 자리 잡는 경우가 많다. 처음엔 서로에게 더 편한 방법처럼 보이지만, 말이 오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뜻이 달라진다.
며느리가 피곤해서 쉬고 싶다고 한 말이 시댁에는 오기 싫다는 말로 전해지고, 서운함을 담은 말 한마디가 며느리에게는 타박으로 들리기도 한다. 이런 오해가 쌓이면 결국 누구의 마음을 아들이 더 이해하는지를 두고 서로를 판단하게 되고, 중간에 낀 아들도 점점 지쳐간다.

서로 다른 생활 방식을 확인 없이 넘겨짚어서
연락 없이 불쑥 찾아오는 것을 부모는 자연스러운 방문으로 여기지만, 며느리에게는 내 집인데 마음 놓고 쉴 수 없다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가족이니까 당연히 시간을 낼 거라는 전제도 마찬가지로, 한쪽은 배려라고 여기는 걸 다른 쪽은 자신의 일상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걸로 받아들인다.
이런 기준은 말하지 않으면 서로 다르다는 것조차 알기 어렵다. 조율이 계속 어긋나면 며느리는 불편한 상황을 피하려고 연락과 만남을 줄이는 쪽을 택하게 되고, 그렇게 거리는 점점 벌어진다.

관계가 멀어졌다면 누가 먼저 잘못했는지 따지기보다 어느 지점부터 만남과 연락이 부담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는지 돌아보는 게 먼저다. 가족 사이에도 서로의 삶을 존중하며 필요할 때 다시 연결될 수 있는 편안한 거리는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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