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견과류·어묵·햄은 암과 관련해 주의해야 할 지점이 서로 다르다. 곰팡이에 오염된 견과류는 간암, 햄과 같은 가공육은 대장암과의 관계가 가장 명확하며, 어묵은 일반 제품 자체보다 염장·보존 방식과 전체 섭취 패턴을 구분해서 살펴봐야 한다. 세 식품에서 실제로 어떤 성분과 가공 과정이 문제가 되는지 알아보자.
오래된 견과류는 곰팡이독소 때문에 간암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견과류는 원래 불포화지방과 단백질, 식이섬유, 비타민 E, 마그네슘 등을 공급하는 영양가 높은 식품이다. 문제는 오래 보관하는 동안 습기와 높은 온도에 노출돼 곰팡이에 오염됐을 때다. 땅콩이나 일부 견과류·곡류 등에 아스페르길루스(Aspergillus) 계열 곰팡이가 번식하면 아플라톡신(aflatoxin)이라는 곰팡이독소가 생성될 수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아플라톡신 노출이 간암 위험 증가와 관련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아플라톡신 B1은 체내에 들어온 뒤 간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반응성이 높은 물질로 바뀔 수 있고, 이것이 DNA에 손상을 일으키는 과정이 간세포암 발생과 연결된다.

냄새와 색이 변한 견과류는 아깝더라도 버리는 것이 안전하다
아플라톡신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유통기한이 조금 지났다’는 사실이 아니라 곰팡이에 오염될 수 있는 환경에서 보관됐느냐다. 따라서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견과류가 발암식품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습하고 따뜻한 환경에서 잘못 보관했거나 눈에 곰팡이가 보이고 색이 변했으며 쪼그라들거나 이상한 냄새가 나는 제품이라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NCI 역시 곰팡이가 피거나 변색되고 쪼그라든 견과류를 버리도록 안내한다. 견과류를 대용량으로 구입해 실온에 장기간 방치하기보다 밀폐해 서늘한 장소에 보관하고 오래 두고 먹을 경우 냉장·냉동 보관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어묵은 특정 암보다 ‘어떻게 가공하고 보존했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
어묵은 생선살을 갈아 전분과 소금 등을 넣고 가열해 만드는 가공식품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반적인 한국식 어묵 자체를 특정 암과 직접 연결할 만한 강한 근거는 현재 부족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생선 가공품 가운데 암과 명확한 관계가 확인된 것은 별도의 전통식품인 ‘광둥식 염장생선(Cantonese-style salted fish)’이다.
세계암연구기금(WCRF)은 이 식품의 섭취가 비인두암(nasopharyngeal cancer) 위험을 높인다는 강한 근거가 있다고 평가한다. 광둥식 염장생선은 건조 과정에서 비교적 적은 소금과 발효가 결합되는 독특한 제조법을 사용하며, 일반적인 한국 어묵과는 제조 방식 자체가 다르다.

염장 생선과 비인두암의 연결고리에는 니트로사민이 주목된다
광둥식 염장생선에서는 N-니트로소 화합물, 특히 니트로사민과 그 전구물질이 검출돼 왔으며 이것이 발암 과정에 관여할 가능성이 주요 기전으로 연구돼 왔다. WCRF는 광둥식 염장생선과 비인두암의 관계를 뒷받침하는 강한 근거를 제시하며, 소금으로 보존한 식품 전체에 대해서도 위암 위험 증가와의 관계를 지적한다.
따라서 마트에서 판매하는 일반적인 어묵을 ‘비인두암 유발 식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암 예방 식단을 생각한다면 나트륨이 높은 어묵이나 고도로 가공된 제품을 매일 반복해 먹기보다 생선·두부·달걀 등 덜 가공된 단백질 식품과 번갈아 먹는 편이 좋다.

햄은 간암보다 대장암과의 관계가 훨씬 깊다
햄은 소금에 절이거나 훈연하고 보존 처리를 거치는 대표적인 가공육(processed meat)이다. 햄과 암의 관계에서 현재 가장 근거가 뚜렷한 것은 대장암이다. WCRF는 가공육 섭취가 대장암의 원인이 된다는 설득력 있는 근거가 있다고 평가하며 가공육은 가능한 한 적게 먹도록 권고한다. 가공육에는 제품에 따라 아질산염과 질산염 같은 보존제가 사용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N-니트로소 화합물이 발암 과정과 관련해 연구되고 있다.
훈연·고온 조리 과정에서 생성될 수 있는 여러 화합물 역시 연구 대상이다. 결국 햄의 문제는 단순히 ‘고기라서’가 아니라 보존성과 풍미를 높이기 위해 거치는 여러 가공 과정과 관계가 깊다.

가공육은 양뿐 아니라 ‘얼마나 자주 먹느냐’를 함께 줄이는 것이 좋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가공육을 발암요인으로 분류한 것은 햄 한두 조각을 먹는 순간 암이 생긴다는 의미가 아니다. 장기간의 섭취량이 많아질수록 위험이 증가한다는 역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분류다. WCRF 역시 가공육에는 암 위험이 전혀 증가하지 않는다고 확인된 안전 섭취 수준이 없다는 점을 설명하며 가능한 한 적게 섭취할 것을 권한다.
따라서 아침마다 햄이나 소시지를 습관적으로 먹는다면 횟수를 줄이고 달걀·두부·생선·콩류 같은 단백질 식품으로 일부를 바꾸는 방법이 현실적이다. 결국 세 식품을 암 예방 관점에서 기억할 때는 ‘곰팡이에 오염된 견과류는 간암, 햄은 대장암, 일반 어묵은 특정 암과 직접 연결하기 어렵고 특수한 염장생선은 비인두암’이라는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한눈에 보는 핵심 정리
오래된 견과류 곰팡이에 오염돼 아플라톡신이 생성된 경우 간암 위험과 관련된다.
어묵 일반 어묵과 특정 암의 직접적인 관계는 뚜렷하지 않으며, 별도의 광둥식 염장생선은 비인두암과 관련성이 확립돼 있다.
햄 가공육 가운데 하나로 가장 명확하게 연결되는 암은 대장암이다.
섭취법 곰팡이가 의심되는 견과류는 버리고 가공육은 가능한 한 적게 먹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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