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60대들 사이에서 예전과는 다른 흐름이 하나 보인다. 은퇴하고 나면 집에서 편히 쉬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오히려 기회만 되면 짐을 싸서 어디든 떠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기차표 한 장 끊고 옆 동네에 다녀오는 것도, 며칠씩 짐을 챙겨 멀리 나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집에서 쉬는 게 편할 나이인데 왜 자꾸 밖으로 나가려는 걸까.

젊을 때는 여행을 미뤄도 다시 갈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 지금 안 가도 내년에, 아니면 몇 년 뒤에 가면 된다는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60대를 넘기면 그 계산이 달라진다. 돈과 시간이 있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 순간이 예고 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여행이 사치가 아니라 지금이 아니면 놓치는 시간이라는 걸 몸으로 느끼기 시작한다.

집에만 있다 보면 자기가 뭘 좋아했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된다. 가족 챙기고 일하느라 바빴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정작 나를 설레게 하던 것들이 뭐였는지 가물가물해진다.
낯선 길을 걷고 못 보던 풍경을 마주하면 그 오래된 설렘이 다시 살아나는 걸 느낀다. 매일 같은 소파에 앉아 같은 TV를 보고 같은 밥을 먹다 보면 하루가 너무 쉽게 지나가 버린다.

몸도 마음도 그 반복 속에서 조금씩 움츠러든다. 그래서 가까운 곳이라도 나가서 걷다 보면 일상에 없던 변화가 생기고, 그 변화가 오히려 활력이 된다.
여행은 미룰수록 어려워지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은 몇 시간이고 걸을 수 있지만 몇 년 뒤에는 무릎이나 허리가 말을 안 들을 수도 있다.

나중에 가지, 라는 말이 가장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평소엔 아무 맛도 없던 음식이 여행지에서는 유난히 맛있게 느껴지고, 낯선 풍경 하나에도 마음이 들뜨는 것도 여행이 주는 힘이다.
걷고 구경하고 계단을 오르고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몸은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된다. 억지로 운동하려 애쓰지 않아도 무리 없는 범위에서 활동량이 늘어난다.

꼭 해외로 나갈 필요도 없다. 기차 타고 옆 동네에 다녀오는 것도 충분히 여행이 된다. 집에만 있는 게 편해 보여도 사실은 그 편안함이 몸과 마음을 조금씩 지치게 만든다. 지금 떠나지 않으면 나중엔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날이 온다. 갈 수 있을 때 가보는 것, 그게 요즘 60대들이 조용히 깨달아가고 있는 것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