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김장은 시어머니 혼자 준비하는 일이었습니다. 며느리는 늘 조심스러워했습니다.그런데 올해는 며느리가 먼저 날짜를 잡자고 했습니다. 그 말에 시어머니는 한참 대답을 못 하셨습니다.

먼저 걸려 온 전화
가을이 깊어 갈 무렵 며느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올해 김장은 언제 하시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동안은 날짜를 알려 주면 오는 쪽이었습니다. 먼저 묻는 일은 처음이었습니다. 시어머니는 무슨 일이 있는가 싶어 되물었습니다.

며느리가 말한 이유
며느리는 지난해 김장 뒤에 시어머니가 며칠 앓으셨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내내 마음에 걸렸다고 했습니다. 올해는 양을 줄이고 같이 하면 어떻겠느냐고 했습니다. 부담 드리려는 것이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시어머니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셨습니다.

그해의 김장 풍경
그해 김장은 예년의 절반만 담갔습니다. 대신 둘이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며느리는 손이 느렸지만 시어머니는 재촉하지 않으셨습니다. 끝나고 나서도 몸이 덜 힘들었다고 하셨습니다. 일이 줄자 사이가 가까워졌습니다.

고부 사이의 거리는 일을 얼마나 함께했는지보다 누가 먼저 물었는지에서 달라지기도 합니다. 어느 한쪽이 옳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문제입니다.올해는 먼저 한 번 물어보시면 좋겠습니다. 그 한마디가 생각보다 오래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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