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식을 만나면 부모는 할 말이 많다. 무릎이 아픈 얘기, 혼자 있는 저녁이 적적하다는 얘기, 옆집 자식은 자주 온다는 얘기까지 쌓아둔 말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자식은 웃으며 듣고 돌아가지만, 차 안에서는 한참 말이 없는 경우가 많다.

부모의 걱정과 서운함이 자식에게는 자기 살림에 얹히는 짐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아픈 것도 외로운 것도 다 숨기고 괜찮은 척하는 게 답일 리는 없다.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자식을 걱정시키지 않는 부모는 대체 뭐가 다른 걸까.

1. 아픈 건 숨기지 않고 담담하게 말한다
나이가 들면 여기저기 아픈 게 당연하고, 이걸 자식에게 굳이 감출 필요는 없다. 문제는 아프다는 사실이 아니라 전하는 방식이다. 아프다는 말만 던지면 자식은 얼마나 심한지, 병원은 갔는지 알 수 없어 마음만 조급해진다.
걱정을 끼치지 않는 부모는 어디가 어떻게 불편한지, 병원에서 뭐라고 했는지, 지금 어떻게 관리하는지까지 한 번에 말한다. 무릎이 좀 시려서 병원에 다니고 있고 아침마다 걷는다는 정도면 자식은 걱정보다 안심을 먼저 느낀다. 수술처럼 큰 일은 바로 알리고, 작은 불편은 담담하게 전한다. 나중에 뒤늦게 알게 된 자식이 훨씬 크게 상처받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2. 살림 사정을 미리 정리해 알려둔다
자식도 집값과 아이 교육비로 허리가 휘는 시기라서, 부모가 생활비가 모자란다는 말을 자주 꺼내면 도와주지 못하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렇다고 사정이 어려운데도 무조건 괜찮다고만 하면 나중에 한꺼번에 드러나 더 큰 일이 된다.
걱정을 끼치지 않는 부모는 한 번쯤 차분히 자리를 만들어 살림을 정리해서 알려둔다. 연금이 얼마나 나오는지, 보험은 뭐가 있는지, 급할 때 쓸 돈은 어디에 있는지를 미리 말해두는 것이다. 지금은 이걸로 충분히 살고 모자라면 그때 의논하겠다는 한마디가 자식의 막연한 불안을 내려놓게 한다. 이렇게 미리 나눠두면 자식을 사칭한 급전 요구 같은 연락이 왔을 때도 직접 확인하자고 약속해둘 수 있어서, 평생 모은 돈을 지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3. 외로움을 자식 탓으로 돌리지 않고 내 하루를 채운다
배우자를 먼저 보내고 친구들도 하나둘 멀어지면 하루 종일 말 한마디 못 하는 날이 생긴다. 그 외로움은 진짜이고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보고 싶었다는 말도 해도 된다. 다만 너희가 안 와서 외롭다는 말은 자식에게 죄책감만 남긴다.
걱정을 끼치지 않는 부모는 외로움을 달래는 일을 자식에게 맡기지 않는다. 복지관 수업이나 동네 산책 모임, 경로당 노래 교실처럼 내 하루를 채울 곳을 스스로 만든다. 적적하지 않으냐는 물음에도 가끔 적적하지만 화요일엔 복지관에 가고 목요일엔 친구와 산에 간다고 대답할 수 있다. 부모의 하루가 채워져 있으면 자식도 마음 편히 자기 길을 가고, 만났을 때 나눌 이야기도 훨씬 즐거워진다.

걱정 끼치지 않는 부모는 힘든 걸 감추는 부모가 아니라 힘든 걸 정리해서 말하는 부모다. 자식이 정말 무서워하는 건 아프다는 사실보다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없다는 막막함이다. 숨기지도 떠넘기지도 않고 담담하게 알려주는 부모 곁에서 자식은 비로소 마음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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