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일 모스크바 발다이 포럼 연단에서,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떨어져 있는 러시아 땅 칼리닌그라드를 직접 거론했습니다. 이곳을 포함해 러시아 영토가 직접 공격받으면 보유한 모든 무기를 쓰는 문제가 즉시, 불가피하게 논의될 것이라는 경고였습니다.
러시아는 왜 하필 이 작은 땅에 핵 카드까지 거는 걸까요.
본토와 떨어진 러시아의 섬

칼리닌그라드는 발트해에 붙은 러시아의 역외영토로, 본토와 땅이 이어져 있지 않고 사방이 나토 회원국입니다. 러시아는 이곳에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배치해 두고 있습니다.
유럽이 이 땅에 예민한 이유는 바로 옆 수바우키 회랑 때문입니다. 칼리닌그라드와 벨라루스를 잇는 약 100km 길이의 육로로, 서울에서 천안 정도 거리입니다. 이 길이 막히면 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가 다른 나토 회원국과 끊어집니다.
서한, 성명, 그리고 대통령

푸틴의 발언에 앞서 러시아는 나토에 서한을 보냈습니다. 나토 회원국이 칼리닌그라드를 고립시키려 하면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전력으로 영토를 지키겠다는 내용이었고, 러시아 대사관 성명도 같은 표현을 썼습니다.
푸틴은 이를 두고 협박이 아니라 협박 시도에 대한 대응이라고 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의 핵 보유를 인정하면서도 러시아와 같은 무기를 가진 나라는 없다며 우위를 강조했습니다.

배경에는 나토 훈련이 있습니다. 나토는 8월 폴란드 북동부와 발트 국가 상공에서 대규모 공중타격·전자전 훈련을 벌였고, 이 훈련에 미 공군 최신 전자전기 EA-37B가 처음 투입됐습니다. 9월에는 수바우키 회랑 인근에서도 대규모 훈련이 이어졌습니다.
나토 “우리는 방어 동맹”

반론도 분명합니다. 나토는 답신에서 자신들의 어떤 훈련이나 활동도 러시아 영토를 위협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핵 위협이 전혀 필요 없고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맞받았습니다. 푸틴 본인도 같은 자리에서 유럽을 먼저 공격할 계획은 없다고 거듭 말했습니다.
커뮤니티에서는 또 나온 핵 협박일 뿐이라는 냉소와, 칼리닌그라드만큼은 러시아의 진짜 레드라인이라는 경계가 엇갈립니다.
서로의 급소를 마주 본 땅

지정학 구도로 보면 푸틴 발언의 무게는 ‘모든 무기’보다 ‘칼리닌그라드’라는 이름에 실려 있다고 저는 봅니다. 러시아가 이 땅에 핵까지 거는 이유는 재래식 병력으로 지키기 어려운 곳이기 때문입니다. 본토에서 병력을 보낼 길이 없으니 처음부터 가장 센 선을 그어 두는 겁니다.
나토에게 수바우키 회랑이 급소라면 러시아에게는 칼리닌그라드가 급소입니다. 두 급소가 100km 거리를 두고 마주 보고 있다는 점이 이 지역을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만듭니다.
칼리닌그라드를 둘러싼 이 신경전, 말싸움으로 끝날까요, 실제 충돌로 번질 위험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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