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사동맹 협력과 독자 제재 참여를 엄격히 제한하려던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압도적 표차로 무산됐다. 투표율은 47.06%였다.
스위스가 군사동맹과의 협력과 독자 제재 참여를 엄격히 제한하는 ‘중립성 강화’ 개헌안을 국민투표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시켰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국민투표에서 개정안은 찬성 29.85%, 반대 70.15%로 부결됐다. 투표율은 47.06%였으며 모든 주(州)에서 반대표가 우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흔들린 중립 노선을 둘러싼 논쟁에서 유권자들은 더 엄격한 중립 대신 현행의 유연한 외교·안보 정책을 택했다.

“훼손됐다” vs “여지가 줄어든다”
개헌안은 우익 스위스국민당(SVP)이 지지했다. 찬성 진영은 스위스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연합(EU)의 대러 제재를 대부분 받아들이면서 전통적인 중립성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와 의회, 주요 정당 대부분은 지나치게 엄격한 중립 규정이 급변하는 국제정세에서 외교·안보 대응의 여지를 줄일 수 있다며 반대했다. 결과적으로 표 차이는 두 배를 넘었다.

“헌법에 적히지 않은 중립”
스위스는 1815년 나폴레옹 전쟁 이후 국제적으로 중립국 지위를 인정받아 왔다. 다만 중립성을 실제로 어떻게 이행할지는 헌법에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 나토와 EU에는 가입하지 않았지만 나토의 평화 파트너십에 참여하고 국제 제재에도 동참하는 등, 상황에 따라 중립 정책을 유연하게 운용해왔다. 이번 개헌안은 그 여백을 조문으로 못 박으려는 시도였다.

“중립을 거부한 것은 아니다”
로이터는 이번 결과가 중립 자체에 대한 거부라기보다 현행 중립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선택에 가깝다고 전했다. 파비오 바서팔렌 베른대 유럽정치학 교수는 로이터에 “스위스 유권자들은 중립을 좋아하지만 정부가 현재 중립성을 이행하는 방식에도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번 부결로 스위스 정부는 앞으로도 필요에 따라 국제 제재에 참여하고 나토 등과 안보 협력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의 중립국들은 저마다 자신의 위치를 다시 계산해왔다. 스위스의 선택은 원칙을 조문으로 굳히기보다 판단의 여지를 남겨두는 쪽이었다. 200년 넘게 이어온 중립의 정의는 이번에도 확정되지 않은 채 남았다. (사진 출처=EPA연합뉴스, 다음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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