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마무리할 새 대통령을 맞을 때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틀 뒤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이 이 발언을 지지하면서, 미국과 러시아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퇴진을 나란히 거론하는 장면이 만들어졌습니다.
젤렌스키는 선거를 원하면 60일 휴전부터 달라고 맞섰습니다. 그런데 러시아가 내놓은 답은 전혀 다른 숫자였습니다. 무엇이었을까요.
경유 거래에서 시작된 퇴진 요구

발단은 경유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뒤 러시아산 경유를 들여오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고, 젤렌스키는 대러 제재를 푸는 것은 푸틴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반발했습니다.
트럼프는 다음 날 젤렌스키가 여러 번 전쟁을 끝낼 기회를 놓쳤다며 책임을 돌렸습니다. 러시아 정유소를 공격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듣지 않았다는 주장도 덧붙였습니다.
60일 대신 돌아온 ‘선거날 하루’

젤렌스키는 11일 미국 ABC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정말 선거를 원한다면 푸틴에게 60일 완전 휴전을 요구하라고 했습니다. 지도자를 고르는 일은 우크라이나 국민의 몫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크렘린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12일 60일 휴전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선거를 치르면 푸틴 대통령이 투표 당일에 한해 공습 중단을 명령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60일은 1,440시간, 선거날 하루는 24시간입니다. 우크라이나가 요구한 시간의 60분의 1입니다.
이 카드는 처음 나온 것도 아닙니다. 젤렌스키는 지난 2월에도 러시아가 선거용 휴전으로 단 하루만 제시했다며 터무니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임기 만료론과 계엄 중 선거 금지의 충돌

러시아는 젤렌스키의 임기가 2024년 5월 끝났는데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논리를 펴 왔습니다. 페스코프는 이번에도 젤렌스키가 전쟁을 끝낼 어려운 결정을 내릴 정치적 의지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우크라이나 법은 계엄 중 선거를 금지합니다. 젤렌스키는 지난 2월 국민 90%가 전쟁 중 선거에 반대한다고 했습니다. 미국 안에서도 리처드 블루먼솔 상원의원이 경유 거래가 미국을 푸틴의 전쟁에 공범으로 만든다고 비판했습니다.
커뮤니티 반응은 갈립니다. 4년 넘게 끈 전쟁이니 지도자를 바꿔서라도 끝내야 한다는 쪽과, 침공한 나라가 상대국 대통령까지 고르려 한다는 쪽이 맞서고 있습니다.
하루짜리 보장이 드러낸 협상의 무게추

국제정치의 저울로 보면 이번 장면의 핵심은 퇴진론이 아니라 ‘하루’라는 숫자입니다. 젤렌스키가 물러나더라도 러시아가 약속한 것은 전쟁 중단이 아니라 투표일 하루의 공습 중단뿐이고, 그사이 미국은 러시아산 경유를 사기로 했습니다. 지금 협상의 무게추는 키이우가 아니라 워싱턴과 모스크바 사이에 놓여 있다고 봅니다.
여러분은 우크라이나가 지금 선거를 치르는 것이 전쟁을 끝내는 길이라고 보시나요, 아니면 러시아에 시간만 벌어주는 길이라고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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