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한국이 처음 쏘아 올린 극초음속 활공비행체(HGV)가 목표 해역에 꽂히며 거대한 물기둥을 일으켰습니다. HGV는 로켓에 실려 높이 올라간 뒤 분리돼, 음속의 5배 이상으로 활공하며 방향을 트는 무기입니다.
나흘 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가 이 장면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북한보다 5년이나 늦었다는 것인데, 과연 그럴까요.
대통령 앞에서 증명한 저고도 변칙기동

청와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참관한 이날 시험에서 시험체는 목표 고도에 오른 뒤 추진체에서 떨어져 나왔습니다. 이후 낮은 고도에서 상하좌우로 궤도를 바꾸며 날다가 지정된 지점에 정확히 탄착했습니다.

정부는 극초음속 환경을 견디는 초고온 내열 소재와 유도·제어, 변칙기동 기술을 이번 시험으로 검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 중인 무기입니다.
극초음속의 하한선인 마하 5만 적용해도 초속 약 1.7km입니다. 서울에서 ADD가 있는 대전까지 약 140km를 1분 20여 초에 주파하는 속도입니다.
환구시보가 꺼낸 ‘5년’의 흠집 내기

환구시보는 미국 군사매체 밀리터리워치매거진 보도를 인용해, 북한은 2021년 9월 극초음속 무기를 처음 시험했는데 한국은 5년이 지나서야 첫 성공을 거뒀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이 속도와 사거리를 공개하지 않아 실제 성능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붙였습니다.
하지만 먼저 쏜 것과 제대로 쏜 것은 다릅니다.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2022년 1월 쏜 이른바 극초음속 미사일을 극초음속 활공 기술에 이르지 못한 탄도미사일로 평가했습니다. 2024년 4월 시험은 당시 국방부 장관이 실패로 판단했습니다.

숫자를 공개한다고 믿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북한은 이달 초 극초음속 탄두를 단 미사일이 1000km를 날았다고 주장했지만, 한국군 평가로는 700km 수준이었습니다.
환구시보조차 한국이 극초음속 활공 기술을 가진 소수 국가 대열에 들어섰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5년이라는 숫자가 겨냥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첫 발사 날짜였던 셈입니다.

커뮤니티에서는 중국이 굳이 북한까지 끌어와 깎아내리는 것 자체가 한국의 첫 시험이 신경 쓰인다는 방증이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숫자를 숨긴 쪽보다 숫자를 부풀린 쪽부터 따져보라는 통쾌한 반응도 이어졌습니다.
날짜가 아닌 정밀도에서 시작한 출발선

안보 실무의 눈으로 보면 극초음속 무기의 승부는 누가 먼저 쏘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정확히 맞히느냐에서 갈립니다. 한국은 첫 시험에서 분리, 저고도 변칙기동, 지정 지점 탄착까지 한 번에 보여줬습니다. 중국 관영매체가 날짜를 들고 나온 것은 그만큼 꺼낼 다른 숫자가 없었다는 뜻이라고 봅니다.
환구시보의 ‘5년 지각’ 평가, 여러분 눈에는 견제로 보이나요, 아니면 정당한 지적으로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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