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살 아버지가 갑자기 한글 공부를 시작하길래..” 공책 마지막 장을 보고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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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든이 되신 나의 아버지는 얼마 전부터 거실 상머리에 앉아 까만 돋보기를 쓰고 무언가를 삐뚤삐뚤 적기 시작하셨다.
평생 글을 몰라 시골장에서 글씨를 읽어야 할 때마다 머뭇거리시던 아버지가 뒤늦게 한글 공책을 펼치신 것이었다.
나는 나이 들어 고생하신다며 그만두시라 말렸지만 아버지는 밤마다 연필을 쥔 손을 떨며 낱말을 몇 번이고 고쳐 쓰셨다.

며칠 전 아버지 방을 청소하다가 상 위에 덩그러니 놓인 삐뚤삐뚤한 초등학생용 한글 연습 공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궁금한 마음에 공책을 한 장씩 넘겨보니 앞쪽에는 가나다라 단어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어 아버지의 지독한 노력이 느껴졌다.
지우개 가루가 수북하게 쌓인 책상 위에서 아버지가 얼마나 오랫동안 밤을 지새우며 자음을 연습하셨을지 눈에 선했다.

공책의 맨 마지막 장을 넘기던 나는 삐뚤빼뚤하게 써 내려간 커다란 글씨를 보고 순간 숨이 턱 막혀 버렸다.
거기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이름과 함께 내 손주의 이름이 서툰 받침으로 정성스럽게 적혀 있었다.
내가 하늘나라 가면 네 엄마한테 그동안 못한 편지도 써주고 우리 손주한테 첫 편지도 써주고 싶었다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글을 읽지 못해 한평생 답답했을 아버지가 가슴속에 품고 살았던 단 하나의 소원이 바로 가족을 향한 글씨였음을 깨달았다.
연필을 쥐고 홀로 돋보기 너머로 글자를 꾹꾹 눌러썼을 아버지의 외롭고도 깊은 마음이 가슴을 찌르듯 아파 왔다.
나는 공책을 가만히 덮어두고 마루로 나와 돋보기를 닦고 계신 아버지의 마른 손을 아무 말 없이 따뜻하게 꼭 잡았다.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삐뚤삐뚤해서 창피하다고 말씀하셨지만 내 눈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글씨로 보였다.
나는 아버지 곁에 바짝 붙어 앉아 서툰 한글받침을 하나씩 가리키며 함께 소리 내어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저녁 노을이 깊게 드리운 거실 상머리 위에서 연필 사각거리는 소리가 오래도록 따스하고 정겹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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