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사진 또는 스크린샷 기능이 기억 형성을 방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이나 스크린샷은 중요한 내용을 기억하거나 나중에 확인하기 위해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기능이다.
미국 빙엄턴대학교 심리학 연구팀은 스마트폰 화면을 그냥 보는 것보다 사진이나 스크린샷을 찍은 경우 기억력이 일관되게 떨어진다는 내용의 실험 보고서를 11일 냈다. 이 연구는 지난달 국제 학술지 메모리 앤 코그니션(Memory & Cognition)에 먼저 소개됐다.
연구팀은 스마트폰의 사진과 스크린샷 기능이 기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외부 기기에 정보를 저장함으로써 뇌의 부담을 줄이는 이른바 인지적 오프로딩(cognitive offloading)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기획했다.

대학생 피실험자 33명을 모은 연구팀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예술 작품 44점을 감상하게 했다. 피실험자들이 화면을 보는 와중에 기억하고 싶은 작품은 스크린샷을 찍도록 요청했다. 이후 비슷한 이미지 두 장 가운데 실제로 봤던 작품을 고르게 하자, 스크린샷을 찍은 작품의 정답률은 단순히 감상한 작품보다 뚜렷하게 낮았다.
이어 피실험자들이 특정 이미지를 단순히 봤는지, 아니면 스크린샷으로 저장했는지 물었다. 자신이 스크린샷을 찍은 이미지를 정확히 기억한 비율은 53.5%에 그쳤다. 단순히 감상한 이미지의 경우 71.3%로 상대적으로 기억 비율이 높았다.
피실험자를 129명으로 늘린 연구팀은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쪽은 작품의 스크린샷을 찍고, 다른 쪽은 화면을 보기만 하게 했다. 직후 피실험자들에게 제한시간 1분의 계산 문제를 풀게 했는데, 두 집단의 성적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스크린샷 때문에 기억 부담이 줄었다면 그만큼 다른 작업에 사용할 인지적 여유가 늘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빙엄턴대 심리학자 소피아 파브리치오 교수는 “기억해야 할 정보를 외부 기기에 저장했기 때문에 뇌가 의도적으로 해당 정보를 덜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며 “스크린샷을 찍는 동작 자체가 대상에 대한 주의를 순간적으로 끊으면서 기억 형성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과는 앞서 알려진 사진촬영 감쇠효과(photo-taking impairment effect)’와도 연결된다. 2013년 미국 페어필드대학교 연구에서 박물관 전시물을 직접 촬영한 사람들은 눈으로만 본 사람들보다 전시물의 세부사항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 이후 연구에서 스마트폰 스크린샷에서도 비슷한 기억 저하가 나타났다.
소피아 파브리치오 교수는 “스크린샷을 찍는 순간 사용자가 정보를 ‘저장했다’고 인식하면서 대상에 대한 지속적인 주의와 처리 과정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며 “단순히 버튼을 누르는 짧은 행동이지만, 기억을 형성하는 과정에서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고 추측했다.

이어 “우리 연구는 사진과 스크린샷 자체가 항상 해롭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주소나 지도, 요리법처럼 나중에 확인할 정보를 저장하는 데 이들 기능은 유용하다. 문제는 기억해야 할 내용을 스크린샷으로 남겼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머릿속에도 저장됐다고 착각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중요한 내용을 오래 기억하려면 스크린샷을 찍기 전에 잠시라도 화면을 충분히 바라보고 내용을 의미 있게 처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스마트폰은 인간의 기억을 돕는 고마운 장치이지만, 편리함이 곧 기억력 향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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