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이 1,500억 유로짜리 무기 구매 대출을 만들면서 유럽 밖에서 들여오는 부품은 35%를 넘지 못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아일랜드와 스위스에 법인을 둔 한 경제분석매체는 지난 17일 이 규정을 두고 “‘바이 유러피언’ 무기 규정이 한국과 일본을 어떻게 막아내나”라는 제목의 분석을 실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글의 부제가 묘합니다. 한국은 이미 폴란드에 미국보다 더 많은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막겠다는 규정과 이미 들어가 있는 한국 무기, 유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유럽이 꺼낸 35% 상한선

이 대출 제도의 이름은 SAFE입니다. 2025년 5월 만들어졌고, 가장 많은 돈을 받은 나라는 437억 유로를 배정받은 폴란드입니다. 유럽 밖 나라가 이 돈으로 산 무기에 부품을 넣으려면 협정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협정을 맺은 나라는 캐나다뿐입니다.
폴란드 정부는 계약의 89%를 자국 기업이 가져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은 2025년 9월 참여를 신청했지만, 올해 6월 브뤼셀에서 열린 한-EU 정상회의에서도 합의 없이 돌아왔다고 이 매체는 전했습니다.
규정보다 먼저 들어간 숫자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의 2021~2025년 집계를 보면 폴란드는 세계 무기 수입의 3.6%를 차지해 나토 회원국 중 1위였습니다. 그 폴란드가 사들인 무기의 47%가 한국산이고, 미국산은 44%입니다.
같은 기간 한국 무기 수출의 58%가 폴란드로 갔고, 유럽 나토 회원국에 무기를 공급한 나라 순위에서 한국은 미국 다음 2위입니다.
폴란드가 무기 수입에 100만 원을 썼다면 47만 원이 한국으로 간 셈입니다. 미국 몫은 44만 원이었습니다.
막아도 유럽 안에서 만들면 유럽산

이 매체는 규정 때문에 한국 기업의 문이 좁아졌다고 썼습니다. 그런데 같은 매체의 다른 분석은 한국 기업들이 그 규정에 어떻게 답했는지도 정리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2월 루마니아 페트레슈티에 유럽 첫 생산기지를 착공했고, 현지화 목표를 최대 80%로 잡았습니다. 폴란드에서는 WB그룹과 합작사를 세워 사거리 80km 유도탄을 2030년부터 폴란드 땅에서 만들고, 그 계약 규모는 약 40억 달러입니다.

현대로템은 폴란드 글리비체 공장에서 K2PL 전차 61대를 2028년부터 조립합니다. 유럽 안에서 만든 부품은 유럽산으로 인정된다는 것이 이 매체의 설명이라, 상한선을 피하는 길은 이미 열려 있는 셈입니다.
국내 방산 커뮤니티에서는 유럽이 규정으로 막아야 할 만큼 한국이 커졌다는 데 통쾌해하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규정이 증명한 한국 방산의 체급

산업 구도로 보면 저는 이 규정이 한국 방산의 위치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증거라고 봅니다. 유럽이 미국 기업과 한국 기업을 같은 문장에 넣어 견제해야 할 정도로 한국이 올라왔고, 그 견제에 한국은 공장을 유럽 안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답했기 때문입니다. 규정은 문을 좁혔지만, 한국은 이미 문 안쪽에서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유럽 안에 공장을 세우는 한국 방산의 선택, 여러분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