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24일 오전,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항미원조기념관 광장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맞은 사람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아니었습니다. 중국 공산당 서열 4위인 왕후닝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압록강을 가로지르는 신압록강대교를 건너 단둥에 왔다가 하루 만에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년여 만의 방중을 왜 이렇게 짧게 끝냈을까요.
단둥에서 보낸 하루

신화통신에 따르면 두 사람은 6·25 전쟁에 참전한 중국군을 기리는 항미원조 기념탑에 화환을 바쳤습니다. 김 위원장은 기념관을 둘러보고 친필 글귀를 넣은 사진을 기증했고, 오후에는 단둥의 자동차 공장을 찾았습니다.
신화통신은 김 위원장이 중국군 희생자를 추모하고 감사와 경의를 표하려 왔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왕후닝은 신압록강대교 개통을 계기로 인적 왕래와 경제협력을 넓히자고 제안했습니다.
왜 지금, 왜 단둥인가

날짜가 단서입니다. 다음 날인 25일은 중국군 참전 76주년이고, 신압록강대교는 2014년 완공 뒤 12년 만인 이달 15일에야 정식 개통했습니다.
다리 하나를 여는 데 초등학교 1학년이 고3 졸업반이 될 만큼의 시간이 걸린 셈입니다.
관계의 흐름도 있습니다. 왕후닝은 작년 9월 김 위원장의 방중과 올해 6월 시진핑 주석의 방북을 ‘역사적 상호 방문’이라 불렀습니다. 정상 간 큰 틀은 이미 짜였고, 이번에는 상징적 일정만 소화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시각

반면 이번 방중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을 만나지 않았고, 11월 중국 선전 APEC 정상회의를 앞둔 북미 대화가 의제였는지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정부도 신중합니다. 청와대는 북중 간 공식 발표가 없는 단계라며 동향을 주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가 23일 제안한 남북 군사당국회담에 북한은 아직 답하지 않았습니다.
온라인 반응도 갈렸습니다. 북중 밀착이 한국을 더 소외시킨다는 우려와, 하루짜리 기념 행사에 지나친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 함께 나왔습니다.
하루짜리 방중이 보여준 북중 관계

외교 구도로 보면 저는 이번 방중이 북중 관계가 정상회담 없이도 굴러가는 일상 교류 단계에 들어섰다는 신호라고 봅니다. 시진핑을 만나지 않아도 될 만큼 관계가 안정됐고, 새 다리와 참전 기념일을 묶어 그 사실을 보여준 것입니다. 북한이 중국 쪽 통로를 넓히는 사이 남쪽 회담 제안은 답 없이 남아 있다는 점이 더 무겁게 다가옵니다.
여러분은 이번 방중을 한국과 미국을 향한 메시지로 보세요, 아니면 중국만을 위한 의례로 보세요?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