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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혼수에 3천만원 보태줬는데..” 5년 뒤 사돈 생일상 사진을 보고 기가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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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시댁이 며느리의 혼수까지 보태 주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새 식구가 기죽지 않고 시작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시부모는 아낌없이 지갑을 엽니다. 하지만 그 마음이 고마움으로 기억될지, 당연한 것으로 잊힐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올해 예순아홉 살인 한정숙 씨는 5년 전 며느리의 혼수 비용으로 3천만 원을 보태 주었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우연히 본 사진 한 장 때문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 사진 속에는 정숙 씨가 5년 동안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한 생일상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형편이 어려웠던 며느리

정숙 씨의 외아들 승현이는 5년 전 대학 후배인 지영이와 결혼했습니다. 지영이는 밝고 싹싹한 아가씨였지만 친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상견례 자리에서 사돈 부인은 혼수를 제대로 해 보내지 못할 것 같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습니다.정숙 씨는 그 모습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자신도 젊은 시절 가난한 친정 때문에 시댁에서 눈치를 보며 살았기 때문입니다. 며느리만큼은 그런 설움을 겪지 않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그날 밤 정숙 씨는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지영이 혼수 비용 우리가 좀 보태 줍시다. 새 출발 하는데 기죽으면 안 되잖아요.” 남편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부부는 노후 자금으로 모아 둔 적금을 깨서 3천만 원을 마련했습니다.그 적금은 정숙 씨가 20년 동안 시장 반찬 가게에서 일하며 한 푼 두 푼 모은 돈이었습니다. 언젠가 남편과 단둘이 유럽 여행을 가 보자며 붙여 둔 이름도 통장 표지에 적혀 있었습니다. 정숙 씨는 그 이름 위에 볼펜으로 가만히 줄을 그었습니다. 며느리의 웃는 얼굴이 여행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비밀로 해 달라던 며느리

정숙 씨는 그 돈을 사돈댁을 통해 조용히 며느리에게 전했습니다. 혼수는 친정에서 해 온 것으로 하자고 먼저 말했습니다. 며느리 체면을 세워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결혼식 날 며느리는 정숙 씨의 손을 꼭 잡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머님, 이 은혜 평생 잊지 않을게요. 친정에서 해 온 걸로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정숙 씨는 그 말 한마디로 충분했습니다.신혼 초에는 며느리도 자주 안부 전화를 했습니다. 주말이면 반찬을 들고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정숙 씨는 좋은 며느리를 얻었다며 친구들에게 자랑하곤 했습니다.며느리는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던 날 정숙 씨에게 작은 스카프 하나를 선물했습니다. “어머님, 제 마음이에요. 평생 잘할게요.” 정숙 씨는 그 스카프를 장롱 깊숙이 넣어 두고 특별한 날에만 꺼내 둘렀습니다. 그 스카프는 지금도 정숙 씨 장롱 맨 위 칸에 곱게 접혀 있습니다.

점점 멀어진 며느리

그런데 손주가 태어나고 몇 년이 지나면서 며느리의 발길이 점점 뜸해졌습니다. 명절에도 친정에 먼저 가야 한다며 시댁에는 하루만 잠깐 들렀다 갔습니다. 정숙 씨가 손주를 보러 가겠다고 하면 이번 주는 바쁘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정숙 씨의 생일에는 아들이 보내는 꽃바구니 하나와 며느리의 짧은 문자가 전부였습니다. “어머님 생신 축하드려요. 바빠서 못 가 죄송해요.” 정숙 씨는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맞벌이하며 아이 키우느라 힘들겠지 하고 넘겼습니다.남편은 가끔 “우리가 그렇게 해 줬는데 너무하는 거 아니냐”고 투덜거렸습니다. 그럴 때마다 정숙 씨는 “그런 말 하지 마요. 줬으면 그만이지” 하며 남편을 달랬습니다.정숙 씨는 손주가 보고 싶을 때마다 영상 통화를 걸었지만 며느리가 받는 일은 드물었습니다. 아들을 통해서야 겨우 손주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손주가 화면 너머로 “할머니 누구야?” 하고 묻는 소리를 듣고 정숙 씨는 통화를 끊은 뒤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우연히 본 사진

지난주, 정숙 씨는 손주 사진을 보려고 며느리의 사회관계망 계정에 들어갔습니다. 손주 사진 대신 맨 위에 올라온 것은 호텔 뷔페에서 찍은 사진들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환갑 생신. 엄마 고생 많았어요”라는 글이 함께 달려 있었습니다.사진 속 사돈 부인은 커다란 꽃다발을 안고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식탁 위에는 3단 케이크와 명품 가방 상자가 놓여 있었습니다. 아들 승현이도 사진 한쪽에서 박수를 치고 있었습니다.날짜를 보니 바로 지난 토요일이었습니다. 정숙 씨의 생일은 그보다 일주일 전이었고, 그날 며느리는 바빠서 못 온다는 문자 한 통만 보냈습니다. 정숙 씨는 휴대전화를 든 손이 떨려 왔습니다.정숙 씨는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숨을 고르려 애썼습니다. 사돈 부인이 어깨에 두른 스카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신혼 때 며느리가 정숙 씨에게 선물한 것과 똑같은 무늬였습니다. 그때 받은 스카프가 특별한 선물이 아니라 친정엄마 것을 사면서 하나 더 산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자 가슴이 서늘해졌습니다.

친정 덕분이라는 댓글

더 기가 막힌 것은 사진 아래 달린 댓글이었습니다. 며느리의 친구가 “지영이는 친정 복이 많아. 결혼할 때 혼수도 엄청 해 왔잖아”라고 적었습니다. 며느리는 그 댓글에 하트를 누르고 “우리 엄마 최고지”라고 답을 달아 놓았습니다.정숙 씨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5년 전 노후 적금을 깨서 보낸 3천만 원은 어느새 친정의 공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체면을 세워 주려고 비밀로 해 준 마음이 이렇게 돌아올 줄은 몰랐습니다.그날 저녁 남편에게 사진을 보여 주자 남편은 한참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아끼던 며느리가… 이렇게 갚는구먼.”남편은 그날 밤 잠자리에 들기 전 장롱 위 칸의 스카프를 꺼내 정숙 씨 무릎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이제 이거 그만 아껴. 당신 좋을 때 막 두르고 다녀.” 정숙 씨는 스카프를 손에 쥔 채 남편의 어깨에 기대어 소리 없이 울었습니다.

정숙 씨의 결심

정숙 씨는 며칠 동안 고민했습니다. 아들에게 모든 사실을 말할지, 그냥 묻어 둘지 수없이 마음이 오갔습니다. 결국 정숙 씨는 아들에게만 조용히 전화를 걸었습니다.”승현아, 엄마가 하나만 말해 둘게. 5년 전 지영이 혼수 비용 3천만 원, 엄마 아빠가 노후 적금 깨서 보낸 거다. 지영이 기죽지 말라고 비밀로 해 준 거고. 그 공을 사돈댁이 가져가는 건 괜찮다. 그런데 엄마 생일은 바쁘다면서 친정 생신은 호텔에서 챙기는 건, 엄마도 사람이라 서운하구나.”전화기 너머에서 아들은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아들도 그 사실을 처음 알았던 것입니다. 정숙 씨는 이제 더는 며느리에게 기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며칠 뒤 며느리가 아들과 함께 반찬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며느리는 현관에서부터 눈이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어머님, 정말 죄송해요. 제가 철이 없었어요.” 정숙 씨는 며느리의 사과를 받아 주었지만 예전처럼 마음을 다 열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그날 처음으로 며느리 앞에서 서운했던 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했습니다.그리고 그해 겨울, 정숙 씨는 남편과 함께 처음으로 둘만의 생일 여행을 떠났습니다. 5년 전 볼펜으로 줄을 그었던 그 통장의 이름처럼, 이제는 자신을 위한 시간을 조금씩 되찾기로 한 것입니다.

좋은 마음으로 숨겨 준 도움은 때로 상대에게 당연한 것으로 잊히기도 합니다. 정숙 씨가 며느리를 위해 지켜 준 비밀은 5년 뒤 서운함이 되어 돌아왔습니다.자식이나 며느리를 도울 때는 나중에 서운함이 남지 않도록 마음과 기대를 함께 정리해 두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먼저 나 자신의 생일과 노후를 챙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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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보는 마음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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