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메르세데스-벤츠
■ 핵심 사항
- 메르세데스-벤츠가 “모든 고객에게 맞는 파워트레인”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 2028년까지 신모델 약 30종을 내놓고, 완전전기·플러그인 하이브리드·전동화 내연기관을 함께 제공한다는 계획입니다.
- 2021년 전기차 전용 구상, 2024년 수정과 겹쳐 읽어야 이번 발표의 무게가 보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미국 미디어 사이트에 “모든 고객의 필요에 맞는 파워트레인”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벤츠 파워트레인 전략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전기냐 내연기관이냐”가 아니라 “고객마다 맞는 것”이라는 선언이다. 이 글은 그 발표를 과거 목표 위에 겹쳐 놓고,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이 아직 비어 있는지 따져 본다.
벤츠 파워트레인 전략의 첫 장, 신모델 약 30종과 세 갈래 선택지

사진 = 메르세데스-벤츠
원문이 내건 규모부터 보자. 벤츠는 2028년까지 신모델 약 30종(“Nearly 30 new model launches”)을 내놓겠다고 했고, 이를 2027년 말까지 실현한다고 적었다. 완전전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고도로 전동화된 내연기관”을 모두 내놓으며, 포트폴리오 확장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크게” 이뤄진다는 표현을 썼다.
상품성의 뼈대는 모듈화다. 원문에 따르면 모든 파워트레인은 부품 공용화 비율이 높은 모듈 원리로 만든다. 가솔린은 모듈형 엔진 계열 FAME을 쓰는데, ISG 2.0과 전체 알루미늄 크랭크케이스, NANOSLIDE 코팅, 분절 터빈과 전환식 바이패스를 갖춘 터보가 GLA부터 S-Class까지 들어간다.
전기 쪽은 VISION EQXX 프로그램에서 파생한 모듈식 구동계가 CLA·GLB·GLA·GLC·C-Class에 쓰이고, “다음 단계”로 800볼트 아키텍처를 E-Class와 S-Class 같은 대형 라인으로 넓힌다. 자체 개발·생산하는 EDU 2.0은 에어컨 컴프레서부터 구동까지 800V로 묶었는데, 벤츠는 이를 엔트리 세그먼트 최초라고 내세웠다. 인버터에는 실리콘 카바이드를, 변속기에는 도그클러치 2단을 썼다고 한다.
2021년엔 “전기차만”, 2024년엔 “최대 절반”
이 선언이 새것인지는 과거를 봐야 안다. 벤츠는 2021년 가능하다면 2030년부터 순수 전기차만 판다는 계획이었다. 2024년 2월 전문매체 일렉트리브가 전한 바로는, 벤츠는 xEV(순수 전기+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 목표를 이번 10년 후반 전체 판매의 “최대 50%”로 고쳤다. 고객 수요에 맞춰 2030년대에 들어서도 한참 동안 완전전기차와 전동화 내연기관을 함께 팔겠다는 것이다. 공식 사이트 원문은 확인하지 못해 이 부분은 매체 인용 기준이다.
계획과 현실의 간격을 보여 주는 숫자도 있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2023년 벤츠의 순수 전기차 비중은 12%, 24만 668대였다. 당초 구상한 “20% 이상”에는 못 미쳤다. 이 간격이 수정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다만 목표를 고친 시점과 실적이 목표에 모자란 시점이 겹친다는 사실은 남는다.
그렇게 놓고 보면 계보가 한 줄로 이어진다. 2021년의 전기차 전용, 2024년의 병행, 그리고 이번의 “고객마다 맞는 것”이다. 이번 발표는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이라기보다 2024년에 이미 그어진 선을 상품 언어로 다시 설명한 것으로 읽힌다.
후퇴일까, 설계 변경일까

사진 = 메르세데스-벤츠
반대편의 해석부터 적는다. 전기차 전용 구상을 접은 것이니 전동화 후퇴라는 시각이 가능하다. 원문이 “획일적 해법이 중심이 아니다”라고 못 박은 것도, 전기차 일변도의 속도를 늦추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이런 비판은 허수아비가 아니다. 목표를 두 번 말한 회사에게 던질 만한 질문이다.
그래도 나는 후퇴보다 설계 변경에 가깝다고 본다. 이유는 개발 방식에 있다. 벤츠는 커넥티드카에서 모은 수십억 km 규모의 익명 주행 데이터로 가속 패턴과 견인, 언덕 출발 같은 조건을 개발 목표로 바꾸고, 시뮬레이션과 시험대, 실차 시험 순서로 검증한다고 적었다. 파워트레인 종류와 상관없이 같은 목표에서 출발하고, 부품은 공용화한다. 이 구조라면 수요가 어느 쪽으로 기울어도 새로 판을 짤 필요가 적다. 물론 이는 원문의 설명일 뿐이고, 실제로 그만큼 효율이 나는지는 이 글로 확인되지 않는다.
우리 쪽 판매 기록도 한 줄 붙인다. 2026년 9월 기준 수입 판매량에서 The New S-Class는 879대로 전월 465대, 전년 같은 달 492대보다 많았고, The New Maybach S-Class는 58대였다. 이 증가의 원인을 신형 출시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가솔린 대형 세단이 지금도 꾸준히 팔리는 시장이라는 점은, “고객마다 맞는 것”이라는 말이 수사만은 아님을 보여 준다.
빈칸은 숫자다, 무엇을 보면 답이 나오나
이번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없는 정보다. 원문에는 효율, 주행거리, 출력, 충전 속도, 가격이 없다. 전고체 배터리도 “연구하고 있다”는 말뿐 도입 시기는 없다. 모델별로 어떤 파워트레인을 얼마나 배분하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방향은 보였지만 그 방향의 속도와 비용은 아직 말해 주지 않았다.
그래서 판정 기준을 미리 적어 둔다. 첫째, 800볼트 아키텍처가 약속대로 E-Class와 S-Class로 넓어지는 시점이다. 둘째, 2030년 안팎에 xEV 비중이 “최대 50%” 선에 실제로 다가가는지다. 셋째, 전고체 배터리가 연구 단계를 벗어나 일정표에 오르는지다. 이 세 가지 중 둘 이상이 2027년 말까지 숫자로 확인되면 설계 변경이라는 읽기에 힘이 실린다. 반대로 발표만 늘고 숫자가 비어 있다면, 후퇴라는 반론이 더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벤츠는 두 번째 수정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처음으로 현실에 맞는 목표를 세운 것인가. 답은 2027년 말 이후의 숫자가 말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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