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는 친척의 결혼식이나 집안 행사가 있으면 먼 거리라도 찾아가는 것이 당연한 예의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요즘은 가까운 친척의 경조사에도 축의금만 보내고 참석하지 않는 60대와 70대가 적지 않다.
한때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던 이들조차 모임을 줄이고 혼자 보내는 시간을 선택하기도 한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 움직이기 귀찮아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동안 쌓여온 인간관계의 피로와 달라진 생활환경이 이런 선택에 영향을 주고 있다.

1. 경조사에 들어가는 돈이 생각보다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은퇴 후에는 매달 들어오는 수입이 줄어들지만 경조사비는 예전과 비슷하게 나가는 경우가 많다. 친척의 결혼식에 참석하려면 축의금뿐 아니라 교통비와 식사, 경우에 따라 숙박비까지 고려해야 한다. 특히 먼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라면 하루를 온전히 써야 할 수도 있다.
현역 시절에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던 지출도 고정적인 수입이 줄어든 노년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형편에 맞춰 적은 금액을 내자니 다른 친척들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 결국 참석하지 않고 마음만 전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2. 오랜만에 만나도 반갑기보다 불편한 질문이 많기 때문이다
친척 모임에 가면 자식의 직장이나 결혼 여부, 손주의 성적, 재산과 건강 상태까지 자연스럽게 화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질문하는 사람은 안부를 묻는다고 생각하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형편을 평가받는 자리처럼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자식의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 이런 대화가 더욱 부담스럽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에게 자신의 사정을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상황도 피곤하다. 즐거운 만남을 기대하고 갔다가 다른 집과 비교만 하다 돌아온 경험이 쌓이면 다음 모임에 참석할 마음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3. 자신이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관계에 지쳤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몇 년씩 연락이 없다가 결혼식이나 장례식이 있을 때만 연락하는 친척도 있다. 처음에는 가족이니까 당연히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관계가 반복되면 마음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자신이 어려울 때는 안부조차 묻지 않았던 사람이 경조사 때만 연락한다면 서운함이 생기기 쉽다. 물론 친척이라고 해서 자주 연락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각자 바쁜 사정도 있다. 하지만 서로의 일상에는 관심이 없으면서 행사 참석만 당연하게 요구한다면 관계가 의무처럼 느껴질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이런 형식적인 관계에 쓰는 시간과 돈을 줄이려는 사람들이 생기는 이유다.

4. 남은 시간을 불편한 사람보다 편안한 사람에게 쓰고 싶기 때문이다
60대와 70대가 되면 인간관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 젊을 때는 친척이니까 만나야 하고 오래된 친구니까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함께 있을 때 얼마나 편안한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도 한다. 만나고 돌아오면 기운이 빠지는 사람보다 짧게 이야기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을 찾는 것이다. 특히 건강과 체력이 예전 같지 않으면 하루의 시간과 에너지를 어디에 쓸지 더욱 신중하게 선택하게 된다. 사람을 무조건 많이 만나는 것이 풍요로운 노후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다만 사람을 가려 만나는 것과 모든 관계를 끊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불편한 모임에 억지로 참석하지 않아도 되지만 자신을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들과의 연락까지 끊어버리면 외로움이 깊어질 수 있다. 친척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축하하는 마음을 전하거나 가까운 사람과 가끔 안부를 나누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중요한 것은 관계의 숫자를 줄이는 일이 아니라 자신에게 의미 있는 관계를 남기는 것이다..

요즘 6070대가 사람을 피하는 이유를 단순히 이기적이거나 무심해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경제적인 부담과 불편한 비교, 형식적인 관계에서 오는 피로가 쌓이면서 인간관계를 새롭게 정리하는 경우도 있다.
노년에는 모든 모임에 참석하는 성실함보다 자신의 형편과 마음을 살피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만 불필요한 관계를 줄이더라도 소중한 인연까지 놓치지는 말아야 한다. 좋은 노후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 삶이 아니라 만나고 돌아온 뒤에도 마음이 편안한 관계를 지키는 삶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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