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장애인 노동자들이 직업소개소에 속아 섬으로 팔려 가 하루 14시간 가까이 임금 없이 일하고, 도망치면 붙잡혀 맞았던 사건입니다.
그와 닮은 문구가 러시아의 한 온라인 광고에 버젓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북한 노동자를 50명 단위로 러시아 기업에 공급하겠다는 광고입니다.
광고에 적힌 ‘도망가지 않는 노동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8일 국제인권단체 글로벌라이츠컴플라이언스(GRC)의 조사를 토대로 이 알선망을 보도했습니다. 한 러시아 사업가가 이끄는 업체와 연계된 사이트로, 북한 인력을 최소 50명 단위로 농업·건설·제조 현장에 보낼 수 있다고 홍보했습니다.
광고는 북한 노동자가 지각이나 결근을 하지 않고, 술을 마시거나 다투지도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하루 12시간, 한 달 28일 근무를 내세웠고 경쟁 업체로 옮겨 가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도망가지 않는 이유도 적혀 있었습니다. 북한 대사관이 신분증을 관리하고, 계약을 어기면 본국에서 심각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반려동물 사료 공장에서 확인된 정황

GRC는 모스크바 인근의 한 반려동물 사료 업체에서 북한 노동자가 일하는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인 50명을 실습생으로 배치하는 13만 3800달러 규모 계약도 조달 기록에서 찾았습니다.
수수료와 보험료까지 합친 금액이지만, 50명으로 나누면 한 사람당 약 356만 원입니다. 그나마 노동자 손에 쥐어지는 건 임금의 10~25% 정도라는 게 한 북한 전문 분석기업의 설명입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는 회원국이 소득을 올리는 북한 노동자를 2019년 12월까지 돌려보내도록 했습니다. 알선망은 이를 피하려 학생 비자로 입국시킨 뒤 현장 실습생으로 보낸 것으로 GRC는 판단했습니다.
‘학생이고 장학금’이라는 해명

반론도 있습니다. 운영 책임자로 지목된 인물은 불법 모집과 제재 회피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북한 인력은 학생이고, 지급하는 돈도 임금이 아닌 장학금이라는 주장입니다.
GRC도 이 사이트를 통해 실제 배치된 인원의 전체 규모는 산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유엔 회원국들의 다국적 제재 감시팀은 지난해 말 러시아에 머문 북한 노동자를 1만 5000~3만 명으로 추정했습니다.
커뮤니티에서는 러시아가 제재를 대놓고 무시한다는 분노가 큽니다. 반면 노동자 본인에게는 북한에 남는 것보다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국가가 운영하는 염전

인권 기준으로 보면 이 광고는 신안 염전의 판박이라고 봅니다. 신분증을 빼앗고, 떠나면 처벌하고, 번 돈 대부분을 남이 가져가는 구조가 똑같기 때문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신안에서는 업주 개인이 했던 일을 여기서는 한 나라의 정부가 대사관을 앞세워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러분은 이 광고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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