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 달, 그리고 84대입니다. 폴란드가 2022년 한국과 K2 전차 계약을 맺고 첫 전차를 받기까지 걸린 시간과, 2024년 말까지 손에 넣은 전차 수입니다.
폴란드의 안보 싱크탱크 풀라스키 재단은 올해 7월 낸 보고서에서 이 속도를 두고 대부분의 유럽 생산라인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유럽 방산업계는 왜 이렇게까지 당황하게 됐을까요.
“이렇게 될 일이 아니었다”는 탄식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방산업계에서 되풀이된 말을 소개합니다. “None of this was supposed to happen”, 이렇게 될 일이 아니었다는 탄식입니다.
라인메탈, KNDS 같은 유럽 대기업은 값이 비싸고 납기가 길어도 유럽 나라들은 결국 유럽산을 살 거라고 믿고 사업 계획을 짰습니다. 전쟁이 터지자 그 전제가 무너졌고, 빨리 많이 만들어 주는 쪽이 이기는 시장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보고서의 진단입니다.
안방과 해외에서 동시에 밀린 유럽

보고서는 유럽 업체들이 안방 시장을 한국에 내주는 동시에 아시아 시장에서도 밀려나는 이중 타격을 맞았다고 짚었습니다. 이런 불만은 프랑스와 독일에서 가장 크다고 했습니다.
상징적인 장면이 폴란드 전투기 사업입니다. 폴란드는 프랑스 라팔과 스웨덴 그리펜, 유럽 4개국 합작 유로파이터를 번번이 제치고 한국 FA-50을 골랐습니다.
체급 비교도 담겼습니다. 2025년 세계 항공우주기업 순위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9위로 5위 프랑스 다쏘를 뒤쫓고 있고, 독일 라인메탈은 모자란 생산 능력을 메우려 2023~2024년에만 80억 유로를 쏟아부었습니다.
첫 인도부터 2024년 말까지 약 2년 동안 84대면, 대략 9일에 한 대꼴로 전차가 폴란드에 들어간 셈입니다.
‘유럽산 우선’ 카드가 애써 붙인 단서

견제도 있습니다. EU는 무기 구매 대출 프로그램에 부품 원가의 65% 이상을 유럽산으로 채우라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보고서에 인용된 한 미국 방산업계 인사는 한국 업체가 사업이 엎어지면 처음부터 다시 뛰어야 한다는 걸 잘 모른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이미 유럽 안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2월 루마니아에서 K9 자주포 공장 첫 삽을 떴고, 노르웨이는 1월 미국 하이마스와 겨룬 끝에 천무를 택했습니다. 핀란드는 4월 K9 112문을 추가로 사들였습니다.
국내 커뮤니티에서는 유럽 스스로 이럴 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는 대목에 통쾌하다는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반짝 특수가 아니라 상수가 된 K방산

산업 구도로 보면 저는 이 보고서의 핵심이 한국을 유럽 방위의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이라고 봅니다. 유럽 공장들이 생산을 늘린 뒤에도 한국의 자리가 남는 이유는 이미 유럽 땅에 세워지는 공장과 이어지는 재구매 계약에 있습니다.
여러분은 유럽이 ‘유럽산 우선’ 규정으로 한국을 막아낼 수 있다고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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