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 현대가 자동차 공장을 헐값에 매각하며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현대차 자동차 공장
자동차 팔아서 먹고 사는 자동차 회사가 자동차 만드는 공장을 매각하는 건 무척 이례적인 일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주요한 자산을 매각할 땐 유동화를 통해 재무 구조 건전성을 제고하고, 현금을 확보해서 신사업 및 R&D에 투자하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어렵게 말했는데 쉽게 말하면 곳간 털어서 빚 갚거나, 투자하기 위함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IMF 때 온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으로 나라 빚을 갚은 것처럼 말이죠.
현대차 울산 공장 전경
공장은 엄청난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정말 비쌉니다.
공장은 대지, 건물, 설비 등이 집적된 장소인데 일단 대지가 엄청 넓습니다. 도심 속 작은 땅에 공장을 짓는 분은 없죠. 공장은 대지가 넓어서 땅값도 비쌉니다.
대지가 넓으니 건물도 큽니다. 물론 건물 가격에서 대부분 비중은 땅값이지만 건물 건축 비용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땅값과 건물만 비싼가요, 설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자동차 공장은 최첨단 설비가 집적되어 설비 가격도 정말 비쌉니다. 위처럼 공장은 엄청난 가격을 자랑하는 기업의 주요한 자산입니다.
이번에 현대가 울산에 새로운 전기차 공장을 만드는데 약 2조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 사례만 보더라도 공장의 엄청난 가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대는 한국에만 공장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미국 ,인도, 중국, 튀르키에(터키), 체코, 러시아, 브라질 등 전세계 다양한 국가에 자동차 공장이 있습니다.
현지에서 신차를 생산해서 관세, 물류 등 비용을 절감하고, 또 현지 전략 모델을 개발해서 현지화 전략을 수립할 때 공장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대는 러시아 공장을 설립한 후 현지에서 눈부신 발전을 했습니다. 러시아에 2010년 자동차 공장을 설립하고 ‘쏠라리스’ 등 현지 전략 모델을 출시했습니다.
2010년 러시아 판매량이 약 19만 대에 불과하던 현대차는 2018년 연 40만 대를 돌파하며 2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자동차 공장을 준공하고 8년 만의 일입니다.
또 현기차 그룹은 러시아 수입차 브랜드 순위에서 TOP 1를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전체 1위는 러시아 브랜드 라다(LADA).
위처럼 잘 나가던 러시아에서 현대가 자동차 공장을 매각할 것이란 소식이 알려지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요. 더욱 주목할 사실은 가격에 있습니다.
현대가 러시아 공장을 단 14만 원에 매각할 것이란 소식입니다. 14조도 아니고, 14억도 아니고, 14만 원입니다. 웬만한 비즈니스 호텔 하루 숙박 가격이죠.
현대의 러시아 자동차 공장은 장부상 가치가 약 4,1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 공장을 14만 원에 판다는 소식을 들으니 ‘그럴 거면 나한테 팔지..’ 생각이 들었어요.
저한테 판다면 14만 원이 뭡니까, 10배인 140만 원, 100배인 1,400만 원도 흔쾌히 줄 수 있는데 말이죠. 여러분 대부분 비슷한 생각 갖고 계시죠?
현대의 선택에 이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아파트로 비유하면 40억짜리 강남 아파트를 1000원에 파는 꼴이니.. 눈물의 떨이인 것입니다.
그런데 현대가 눈물의 떨이를 해야 했던 슬픈 사연이 있습니다. 그 배경엔 대부분 아시는 것처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있습니다.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현대는 러시아 공장을 폐쇄했습니다. 러시아 제재로 부품을 원활히 수급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이러한 상황은 대부분 자동차 브랜드도 마찬가지.
공장이 폐쇄되며 HMMR(Hyundai Motor Manufacturing Russia)는 2022년 손실이 2,301억 원, 2023년 손실도 3천억 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를 비롯한 다국적 기업에 자산을 매각해서 러시아를 탈출하기 위해 시도했는데요. 푸틴이 가만히 있을 리 없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글로벌 기업이 자산을 매각할 때 정부의 허락을 맡도록 법률을 개정했습니다. 이 말은 즉 팔지 말거나, 헐값에 팔으란 의미와 같습니다.
결국 우리가 이름만 들으면 아는 글로벌 기업 대부분 헐값에 자산을 매각하고 러시아를 탈출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엔 러시아 기업이 대신했습니다.
‘스타벅스’는 ‘스타스’로, ‘레고’는 ‘월드 오브 큐브’로, ‘코카콜라’는 ‘쿨콜라’로, ‘환타’는 ‘팬시’로 러시아산 짝퉁이 탄생했습니다. 웃음만 나오네요.
더욱 기가 차는 사례도 있습니다. 일본의 닛산은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며 공장을 1유로(약 1,400원)에 매각하고, 프랑스 르노는 2루블, 약 30원에 매각했습니다.
현대가 공장을 14만 원에 팔은 건 양반이네요. 오히려 잘 했다고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치킨 몇 마리 먹을 수 있는 돈이니 말이죠.
오늘은 현대가 4,100억짜리 공장을 14만 원에 매각한 사연에 대해서 자세히 확인했습니다.
먼 타국에서 발생한 전쟁이 그 나라의 국민은 물론이고, 글로벌 기업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바라보며 전쟁은 반드시 일어나선 안 된다는 걸 가슴 깊이 새깁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전되길 바라며, 현대차가 러시아 도로를 다시 누빌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글 / 소프트엔진
사진 / Hyundai 등
문의 / whdgus964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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