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사의 포인트
메타와 OpenAI가 AMD와 체결한 최대 1,000억 달러(약 133조 원), 규모의 AI 칩 조달 계약이 공개되면서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계약에는 최대 6GW 전력 기준 컴퓨팅 공급 약정과 함께, 사실상 무상에 가까운 워런트(신주인수권)를 통해 최대 1억6,000만 주를 확보할 수 있는 권리까지 포함됐다. 고객이 공급자의 주요 주주가 되는 이례적 자본 동맹은 엔비디아 중심의 시장구조에 변화를 예고한다.
2026년 2월 24일, AI 업계에 큰 파문이 일었다.
메타와 AMD가 최대 1,000억 달러 규모의 AI 칩 공급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거래는 단순한 칩 구매 계약이 아니다. 메타는 AMD가 발행한 워런트를 통해 최대 1억6,000만 주를 주당 0.01달러에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사실상 매우 낮은 가격으로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즉 고객이 공급자의 주요 주주가 되는 전례 없는 ‘자본 동맹’이 성사된 것이다.
이 계약이 더 큰 충격을 준 이유는 타이밍 때문이다.
메타는 불과 일주일 전인 2월 17일, 이미 엔비디아와 수백만 장 규모 GPU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AMD와 또 다른 초대형 계약을 발표하면서, 업계의 공통 인식인 “AI = 엔비디아” 구조에 공개적으로 균열을 낸 것으로 해석된다.
메타·AMD 제휴의 충격: 전례 없는 ‘전력 기준’ 15조 엔 규모 계약
이번 계약의 가장 독특한 점은 계약 단위가 GPU 수량이 아니라 전력 용량이라는 것이다. 기존 반도체 계약은 보통 “GPU 몇 개를 공급한다”는 방식으로 체결됐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AMD가 최대 6GW 규모의 AI 컴퓨팅 파워를 제공한다는 전력 기준 계약으로 구성됐다. 전례 없는 방식이다.
이는 AI 산업의 변화된 현실을 반영한다.
AI 개발 경쟁에서 이제 중요한 것은 ‘몇 장의 GPU를 운용할 수 있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전력 인프라를 확보했느냐’가 경쟁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AI용 GPU는 세대가 바뀔수록 전력 소비가 급증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의 전력 인프라가 사업 확장의 가장 근본적인 병목으로 남아 있다. 전력 기준 계약은 반도체 조달을 ‘제품 구매’에서 ‘에너지 인프라 확보’로 재정의하는 신호다.
첫 단계로 2026년 하반기 1GW 규모의 시스템이 도입될 예정이다.
커스텀 설계된 AMD Instinct MI450 아키텍처 GPU, AMD EPYC 6세대 ‘Venice’ CPU, ROCm 소프트웨어 스택을 결합한 ‘Helios 랙스케일 플랫폼’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계약의 핵심에는 워런트 구조가 있다. AMD는 메타에 대해 보통주 최대 1억6,000만주(발행주식의 약 10%)를 주당 0.01달러(약 13.33원)에 매입할 수 있는 성과연동형 워런트를 발행했다. 워런트의 권리행사는 AMD 주가의 특정 목표 달성과 칩 출하 마일스톤에 연동해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AMD 주가가 600달러(약 799,800원)에 도달하면 모든 트랜치의 권리가 확정된다. 최근 종가가 196.60달러(약 262,068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현재 대비 약 3배 수준의 주가 상승을 가정한 대규모 베팅이다.
OpenAI와의 선행 제휴: 동일하게 복제된 ‘운명공동체’
사실 메타와의 제휴는 AMD에게 두 번째 ‘운명공동체’ 형성이다. 2025년 10월, AMD와 OpenAI는 AMD가 OpenAI 데이터센터에 최대 6GW 분량의 Instinct MI450 액셀러레이터를 공급하는 제휴를 발표했다. 그 구조는 메타 딜과 거의 동일하며, 6GW 약정과 1억6,000만주 워런트라는 틀도 같다.
OpenAI가 3주 사이에 엔비디아(10GW), AMD(6GW), 브로드컴(커스텀 AI 액셀러레이터 10GW), 오라클(3,000억 달러(약 399조 9,000억 원) 규모의 클라우드 인프라)과 잇따라 컴퓨트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은 단순한 조달 다각화를 넘어선 전략적 판단을 보여준다. AI 모델 개발·운영 비용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특정 벤더로의 일원화는 ‘공급 중단 리스크’, ‘가격 협상력 상실’, ‘로드맵 종속’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낳는다. OpenAI는 이를 피하기 위해 멀티벤더 전략을 선택했다.
두 계약이 모두 이행되면 AMD에겐 향후 5년간 1,000억 달러(약 133조 3,000억 원)를 넘는 확정 매출이 발생한다. 이는 AMD의 2025년 연매출의 약 1.5배에 해당한다. 메타와 OpenAI를 합한 12GW 수요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12GW는 대형 원전 12기 분의 출력에 맞먹는 전력량이다. 이 정도 규모의 수요를 AMD가 확보했다는 사실은 AI 반도체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시사한다.
왜 AMD인가: ‘오픈’과 ‘공동 설계’의 매력
이번 제휴 러시의 배경에는 소프트웨어와 맞춤형 설계 역량이 있다.
엔비디아의 ‘CUDA’ 생태계는 AI 개발의 사실상 표준이 됐다. 하지만 CUDA는 엔비디아가 통제하는 폐쇄형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대형 AI 기업 입장에서는 시스템을 깊게 커스터마이즈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AMD가 내세우는 대안은 오픈소스 ‘ROCm’이다. 소스 코드를 직접 수정하고 최적화할 수 있어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에게 유연성을 제공한다.
전 반도체 연구원 이와이 유스케는 이렇게 설명한다.
“AI 최전선 기업들에 중요한 것은 단순한 성능이 아니라 ‘커스터마이즈 가능성’이다. 엔비디아는 완성된 제품을 내놓지만, AMD는 고객과 함께 하드웨어를 설계한다. 이 차이가 거대 AI 기업들에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또 하나의 핵심은 하드웨어 공동 설계 전략이다.
AMD의 CEO 리사 수는 고객과 함께 하드웨어를 공동개발하고, 로드맵 기간 동안 협업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성품을 판매하는 엔비디아와 달리 ‘고객 워크로드에 맞춰 GPU를 함께 만드는’ 접근은 AI 개발 주체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반도체 업계 분석가들은 이 움직임을 ‘고객의 협상력 회복’으로 본다. 반도체 컨설턴트 관점에서는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부문 75%를 넘는 총이익률이 사실상 AI 기업들로부터 징수한 ‘독점 프리미엄’에 해당한다는 해석도 있다. 이번 제휴는 그런 구조를 흔들 수 있는 신호라는 것이다.
AMD, 위험하지만 계산된 베팅
수요가 넘치는 상황에서, AMD가 왜 주식을 내주면서까지 수주를 확보하려는 것일까.
리사 수의 답변은 명확했다. 워런트 구조는 ‘이해관계의 완전한 정렬’을 만들어낸다. 메타가 AMD에 대규모로 베팅할수록, AMD는 매출 규모 확장·생태계 성숙·소프트웨어 성숙 등 이점을 얻는다는 논리다.
즉 워런트는 단순 할인이나 일회성 거래가 아니다. 고객을 ‘내부자=주주’로 바꿔 장기 발주를 사실상 확보하고, 동시에 AMD의 로드맵 이행을 촉진하는 자본 전략이다.
UBS의 애널리스트 티모시 아큐리는 최종 6차 트랜치 권리 확정을 위해 AMD 시가총액이 1조 달러(약 1,333조 원)에 도달해야 한다고 추정했다. 이 시나리오에서 OpenAI가 모든 주식을 보유하면 그 보유 가치는 약 1,000억 달러(약 133조 3,000억 원)에 달할 수 있다. AMD 주가가 600달러로 오르는 상황이면 메타와 OpenAI는 사실상 매우 낮은 비용으로 칩을 확보한 셈이 된다. 양측 모두에게 합리적 거래이라는 설명이다.
AI 지정학의 새 국면: 에너지와 자본이 결합한 차세대 인프라
이번 연쇄 제휴가 보여주는 것은, AI 경쟁이 ‘더 나은 칩을 만든 쪽이 승리한다’는 기술 경쟁에서 벗어나 ‘에너지·자본·소프트웨어를 통합해 장악한 쪽이 승리한다’는 국가적 인프라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메타는 향후 수년간 미국 내 데이터센터·AI 인프라에 최소 6,000억 달러(약 799조 8,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으며, 2026년 설비투자는 1,350억 달러(약 179조 9,550억 원)를 전망하고 있다. 이 정도 규모가 되면 반도체 조달은 더 이상 구매부서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 전략·자본 전략·에너지 전략이 결합된 국가적 판단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엔비디아에 대한 영향도 주목할 만하다. 엔비디아는 OpenAI 지분 투자로 OpenAI의 성장에 베팅해 왔다. 반면 AMD는 OpenAI와 메타를 주주로 끌어들여 고객으로부터의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다. 현재로선 엔비디아가 워런트까지 동원해 수주를 확보할 필요가 없지만, AMD가 로드맵을 성공적으로 실행하면 균형이 바뀔 수 있다.
AMD의 2025 회계연도 4분기 실적을 보면 데이터센터 매출이 전년 대비 39% 증가한 54억 달러(약 7조 1,982억 원)를 기록했고, 분기 전체 매출은 103억 달러(약 13조 7,299억 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리사 수가 ‘변혁적 딜’이라고 부른 제휴가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한 셈이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기존 데이터센터 설계·소프트웨어 스택·머신러닝 프레임워크를 AMD 하드웨어에 맞춰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과 초기 도입 문제는 불가피한 리스크다. 또 이번 계약은 메타가 엔비디아를 완전히 대체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양사는 엔비디아와 AMD를 병행하는 듀얼 벤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엔비디아의 ‘왕좌’가 하루아침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이런 형태의 자본 동맹 출현은 패권 교체의 전조였던 사례가 적지 않다. 메타와 OpenAI라는 양대 AI 거인이 AMD의 주주가 되어 AMD의 성공을 자신들의 이익과 직접 연결한 지금, 반도체 업계의 힘의 균형은 조용하지만 결정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엔비디아가 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향후 AI 지정학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문=BUSINESS JOURNAL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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