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슬람 최대 성지 메카의 모스크 안에서 ‘음란한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방글라데시 국적 남녀 두 명의 사형을 10월 14일 집행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정확히 무슨 짓을 했는지는 사우디 정부가 끝까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사우디 내무부가 밝힌 것과 밝히지 않은 것

사우디 내무부는 국영 통신 SPA를 통해, 법원이 장소의 신성함을 침해한 중대한 범죄라는 점을 고려해 사형을 선고했고 상급심 확정 후 왕실 칙령으로 집행을 명령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적용된 형벌은 법관이 재량으로 처벌을 정하는 ‘타지르’입니다. 미국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사우디는 2020년 타지르 범죄의 태형을 폐지하고 징역·벌금으로 대체했는데, 그 타지르로 사형까지 간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방글라데시 최대 영자지 데일리스타는 사우디 당국이 어떤 행위였는지, 어느 모스크였는지, 언제 체포됐는지 아무것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키스였다”는 말은 어디서 나왔나

국내 커뮤니티에서는 키스나 포옹 정도였을 거라는 추정이 돌고 있고, 참수형이 대부분인 사우디에서 참수당했을 거라는 글도 많습니다. 하지만 행위의 내용도 집행 방식도 공식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커뮤니티 분위기는 두 갈래입니다. 신정국가의 미개함이라는 분노가 한쪽이고, 방글라데시 출신이라 이렇게 죽인 거지 미국인이나 한국인이었으면 추방으로 끝났을 거라는 냉소가 다른 한쪽입니다.
통보도 못 받은 방글라데시, 외교 분쟁으로 가나

사우디 제다 주재 방글라데시 총영사관은 사우디 외교부로부터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공식 입장을 요구하는 외교 공한을 보냈습니다.
방글라데시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익명으로, 자국민 두 명을 이렇게 빨리 체포해 집행하는 건 통상적이지 않고 누구도 공관에 연락하지 않은 점이 의아하다고 말했습니다. 재판은 제다 법원에서 수개월간 진행됐다고 현지 민간 소식통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다만 양국은 1975년 수교 이후 노동력과 종교로 묶인 사이입니다. 방글라데시 해외고용훈련국에 따르면 2025년 사우디로 취업 출국한 방글라데시인은 75만2715명으로 해외 취업지 중 1위였습니다.
하루 2000명 넘게 사우디로 일하러 가는 셈이라, 방글라데시가 강하게 나가기 어렵다는 전망이 외신에서 나옵니다.
죄의 무게가 아니라 국적의 무게

제 판단은 이렇습니다. 사우디가 행위 내용을 숨긴 채 “성지 모독”이라는 말로만 사형을 설명한 순간, 이 사건은 법 집행이 아니라 본보기 처형이 됐습니다.
그리고 본보기 대상으로 자국 노동자 75만 명을 보내는 나라의 국민이 골라진 것이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통보조차 안 한 것은 그 나라를 어떻게 보는지를 그대로 드러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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