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거주하는 영업사원 이영흠(46) 씨는 최근 타던 전기차 아이오닉 5를 현대자동차로부터 배터리와 주요 부품 교체 제안을 받았다. 특별한 사고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차에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다. 단지 너무 오래, 너무 많이 달렸기 때문이다.

이 씨가 몰던 아이오닉 5는 출시 후 3년도 되지 않아 주행거리 66만km를 찍었다. 서울과 부산을 720번 이상 왕복한 거리다. 하루 평균 580km, 많을 땐 900km까지도 주행했다. 일반 승용차가 평생 주행하는 거리의 약 세 배를 이 씨는 3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채운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건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 많은 거리를 달리는 동안 차량은 단 한 번도 고장을 일으키지 않았고, 배터리 성능도 87.7%나 유지됐다. 충격적인 수준의 내구성을 입증한 셈이다.
이 씨는 장거리 출장과 기자재 운반을 반복하는 직업 특성상, 차량 선택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연료비와 정비 부담이 적고, 장시간 운전에도 피로가 덜한 차를 찾던 끝에 아이오닉 5를 선택했다.
그는 매일같이 1~2회 급속 충전을 했고, 그 흔한 배터리 교체나 모터 수리 없이 2년 9개월을 탔다. 특히 “한 번 충전해서 달릴 수 있는 거리도 눈에 띄게 줄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기아 배터리개발센터의 윤달영 책임연구원은 해당 차량을 “극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사례”라며, 실제 차량을 수거해 연구용으로 사용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수거된 배터리 상태는 잔존 수명 87.7%. 이는 일부 국가에서 배터리 수명 저하로 불만이 제기되는 상황과는 대조적인 수치다.
아이오닉 5의 장점은 단순한 주행거리만이 아니었다. 정숙한 실내, 넓은 공간, 그리고 무엇보다 유지비가 적게 든다는 점이 이 씨를 만족시켰다.
그는 또한 고속도로 주행이 많다 보니 정속성과 출력, 승차감 모두 중요했는데, 아이오닉 5는 이 모든 요소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매일 오디오북을 들으며 전국을 누비는 일이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사례를 단순한 개인의 ‘이색 기록’으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실제 사용자의 극한 주행 데이터를 토대로 기술력을 증명하고, 배터리 수명 예측 모델을 더욱 정밀하게 다듬는 기회로 삼고 있다.
윤 연구원은 “같은 배터리를 써도 성능은 제조사 개발 역량에 따라 다르다”며, “실차 데이터를 바탕으로 배터리 설계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제 예전만큼 장거리 운전을 하진 않지만, 다음 차량도 전기차를 선택할 계획이다. “이 정도면 신뢰할 수 있잖아요.”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 5를 시작으로 아이오닉 6, EV9 등 전기차 라인업으로 세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번 사례는 단지 한 사람의 경험을 넘어, 전기차가 장거리·고속 주행에서도 믿고 탈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확실한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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