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보통 괴로움의 원인을 현실에서 찾는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인간관계가 어긋나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서 삶이 힘들다고 말한다. 하지만 독일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인간의 고통을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를 가장 괴롭게 만드는 것은 현실 그 자체가 아니라 현실에 대해 우리가 미리 만들어 놓은 ‘예상’이다.
고통은 사건이 아니라 ‘기대와 현실의 간극’에서 시작된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핵심 동력으로 욕망을 지목했다. 인간은 원하는 것이 충족되기 전에는 결핍 속에서 괴로워하고, 원하는 것을 얻고 나면 잠깐의 만족 뒤에 다시 새로운 욕망을 만들어낸다. 이 끝없는 순환 속에서 인간은 좀처럼 평온해지지 못한다.
쇼펜하우어 역시 이 지점을 강조한다. 우리가 불행해지는 이유는 삶이 특별히 불운해서가 아니라, 삶이 기대한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통은 사건 그 자체보다, 우리가 미리 설정해 둔 기대가 무너질 때 훨씬 크게 느껴진다.
우리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먼저 살아버린다
문제는 우리가 살아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현재’가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서 보낸다는 데 있다. 잘되기를 기대하고, 인정받을 거라 예상하고, 이 관계는 오래갈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 예상이 현실과 어긋나는 순간, 우리는 실제 사건보다 훨씬 큰 고통을 느낀다.
아무 기대 없이 겪은 불편은 금방 지나가지만, 큰 기대를 품은 뒤의 실패나 거절은 오래 마음에 남는다. 이 차이는 사건의 크기 때문이 아니라, 사전에 설정해 둔 기대의 높이 때문이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이 스스로를 가장 많이 괴롭히는 지점이 바로 여기라고 보았다.
더 얻으려고 하지 말고 덜 기대하라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삶을 덜 괴롭게 살고 싶다면 무언가를 더 쟁취하려 하기보다, 미리 그려 놓은 미래를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체념이나 패배주의와는 다르다. 오히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태도에 가깝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깨닫게 된다. 노력과 의지만으로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때 필요한 것은 더 큰 기대가 아니라, 기대를 조절하는 지혜다.
사람에게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결과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으며, 인생이 반드시 나에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것. 이것이 쇼펜하우어가 말한 ‘마음의 평정’에 가까운 상태다.
쇼펜하우어에게 행복이란 무언가를 끊임없이 얻는 상태가 아니다. 그는 행복을 고통이 줄어든 상태, 다시 말해 마음이 덜 흔들리는 상태로 보았다. 기대를 줄이면 실망도 줄어들고, 예상이 적어지면 분노와 자책도 함께 줄어든다. 삶이 갑자기 좋아지지는 않을지라도, 분명히 덜 아프게 느껴진다.
우리가 괴로운 이유는 삶이 유난히 잔인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삶에 너무 많은 장면을 미리 요구하고, 너무 많은 결말을 예상한다.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지혜로운 삶이란 더 잘 살기 위한 삶이 아니라, 덜 흔들리기 위한 삶이라고. 예상을 조금 내려놓는 순간, 인생은 완벽해지지 않더라도 분명히 한결 조용해진다.
▼▽▼ 참고한 책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300쇄기념 리커버) 강용수2025유노북스
“애써 위로하지 않아서 더 위로가 되는 책” 출간 3년, 철학서로는 처음으로 인문 분야 최장기 1위를 기록하며 누적 60만 독자가 선택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가 300쇄 기념 리커버 에디션으로 돌아왔다.
마흔의 마음은 복잡하다. 그동안 수많은 시험을 치르고 자리 잡았지만, 앞으로의 인생이 특별히 기대되기보다 같은 일상이 반복될 것 같아 공허한 나이다. 웬만한 일은 재미가 없고 노력해도 비슷한 하루가 계속된다. 언제부터인가 “산다는 것은 괴로운 것이다”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행복, 고통,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기 시작한 당신에게 쇼펜하우어의 조언이 필요할 때다. 쇼펜하우어는 인생의 고난을 부정하지 않았다. 인생이 고통이라면 ‘진짜 행복’을 위한 고통을 겪어야 한다고 말했다. 삶의 기준을 타인에게서 자신으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지만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과정이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마흔이라는 인생의 분기점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쇼펜하우어가 남긴 철학적 사유 30가지를 지금의 언어로 다시 정리한 책이다. 괴로움을 해소하는 법, 자기 인생에 집중하는 법, 자긍심을 회복하는 법, 시간의 의미를 깨닫고 현명하게 사는 법, 그리고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법을 담았다. 마흔, 혹은 마흔을 앞두었거나 지나온 독자라면 삶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주도적으로 살았던 쇼펜하우어를 만나 보라. 그의 냉철한 조언이 인생의 고민을 떨치고 마음을 바로세우는 확실한 통찰과 실질적인 힘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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