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하고 몇 달 지나면 아침에 눈을 떠도 오늘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짓누르는 순간이 온다. 휴대폰은 조용하고 가끔 오는 문자는 광고뿐이다.
등산 모임이든 취미 교실이든 나가봐도 결국 자식 자랑, 집값 얘기만 오가고 돌아오는 길엔 오히려 공허함이 커진다. 조선 후기 유배지에서 18년을 보낸 정약용 선생이 찾아낸 답이 여기에 힌트를 준다.

3위. 기록하는 것
정약용 선생은 유배지에서 500권이 넘는 책을 남겼다. 거창한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무너지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붓을 든 거였다.
오늘 하루 느낀 감정 하나, 길가에 핀 꽃 한 송이에 대한 생각 하나를 적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기록은 나를 객관적으로 보게 해주는 거울이자 외로움을 달래주는 가장 충실한 친구가 된다.

2위. 배우고 익히는 것
정약용 선생은 유배지에서도 끊임없이 책을 읽고 핵심을 뽑아 적는 방식으로 공부를 이어갔다. 나이가 들면 뇌가 굳어서 공부를 못 한다는 건 편견이다.
시험이나 취업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오직 아는 즐거움을 위한 공부이기 때문에 오히려 노년의 배움이 더 순수하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다는 그 느낌이 노후의 우울함을 밀어낸다.

1위. 자연과 교감하고 몸을 움직이는 것
정약용 선생은 다산 초당에서 연못을 파고 채소를 가꾸며 흙을 만지는 기쁨을 누렸다. 손끝에 닿는 흙의 감촉과 땀방울이 맺힐 때의 개운함은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이다.
베란다의 작은 화분 하나라도 정성껏 돌보면 그 안에서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몸을 움직이고 자연과 가까워지는 것이 정약용 선생이 실천한 품격 있는 노후의 모습이었다.

기록하고, 배우고, 몸을 움직이는 것. 거창한 취미가 아니라 이 세 가지가 정약용 선생이 유배지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던 비결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취미가 아니라 홀로 있어도 충만해지는 일을 찾는 게 핵심이다. 70세 이후 노후의 시간은 그 자체로 쇠퇴가 아니라 내면을 완성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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