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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 모임에 나갔더니..” 아무도 내 옆에 앉지 않은 걸 알고 먼저 일어난 이유

성장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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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예순일곱인 나는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30년 가까이 나갔다. 젊을 때는 한 달에 한 번씩 만날 정도로 가까웠지만 퇴직하고 형편이 달라지면서 모임에 나가는 횟수가 조금씩 줄었다.

그래도 오래된 친구들만큼은 내 사정과 상관없이 그대로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나간 동창 모임에서 이상하게 아무도 내 옆자리에 앉지 않았다.

늦게 도착했는데 내 옆자리만 비어 있었다

약속 장소에 조금 늦게 도착했다. 친구들은 이미 두 테이블에 나눠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오랜만이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빈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내 오른쪽 의자 하나가 계속 비어 있었다. 늦게 온 친구 하나가 들어오더니 내 옆에 앉으려다가 다른 친구가 손짓하자 맞은편 끝자리로 갔다.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사람이란 이상하게 이런 작은 장면을 오래 기억한다. 예전에는 서로 내 옆에 앉겠다며 의자를 당기던 친구들이었다.

그날은 유독 내 주변만 조금 넓어 보였다.

형편이 어려워진 뒤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2년 전 퇴직하고 지인과 시작한 작은 일이 잘되지 않았다. 큰 빚을 진 것은 아니었지만 예전처럼 돈을 편하게 쓸 형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골프 약속도 줄였고 여행 이야기가 나와도 조용히 듣기만 했다.

친구들은 여전히 해외여행과 자식 결혼, 아파트 이야기를 했다. 한 친구가 내게 물었다.

“요즘은 뭐 하냐?”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냥 쉬엄쉬엄 지내지.”
그러자 다른 친구가 농담처럼 말했다.
“얘한테 사업 이야기는 하지 마. 요즘 돈 이야기 싫어하잖아.”

몇 명이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괜찮은 척하고 싶었다. 그런데 화장실에 다녀오다 문 앞에서 친구들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됐다.

친구 한 명이 한 말을 듣고 그냥 자리에서 일어났다

“쟤 옆에 앉으면 요즘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
누군가 말했다. 다른 친구가 대답했다.
“예전에는 잘나갈 때 술도 잘 사고 재미있었는데 사람이 완전히 달라졌잖아.”
그리고 가장 오래 알고 지낸 친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는 게 힘들면 사람이 저렇게 되는 거지. 괜히 깊은 이야기 하지 마. 돈 빌려달라는 소리 나오면 서로 곤란하잖아.”
나는 그대로 화장실에 들어갔다.

거울을 한참 바라봤다. 그동안 단 한 번도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

밥값이 부담스러우면 모임에 나가지 않았고 형편이 어려워진 뒤에도 누구에게 손을 벌리지 않았다.

그런데 친구들 눈에는 어느새 내가 언젠가 돈을 부탁할지도 모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자리로 돌아가 가방을 들었다.
“벌써 가게?”
친구 하나가 물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내일 아침에 일이 좀 있어서.”
그리고 먼저 계산대에 가서 내 몫의 밥값을 냈다. 그날 이후 나는 그 모임에 다시 나가지 않았다.

며칠 뒤 그날 모임에 있었던 친구 한 명에게 전화가 왔다.
“요즘 왜 단체방에서도 조용하냐?”
나는 한참 고민하다 말했다.
“그냥 이제는 모임에서까지 괜찮은 척하고 싶지가 않아서.”
친구는 아무 말이 없었다.

오래 알았다고 해서 모두 오래 곁에 남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잘나갈 때 함께 웃었던 사람과 형편이 달라졌을 때도 같은 자리에 앉아주는 사람은 다를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중년과 노년의 동창 관계에서 있었던 여러 사연과 경험을 바탕으로 일부 내용을 재구성한 실화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의 숫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불행한 일은 아니다.

노년에 정말 필요한 친구는 내가 잘살 때 옆에 앉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아무것도 보여줄 것이 없어진 날에도 자연스럽게 내 옆 의자를 당겨 앉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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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곰
content@view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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