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을 때는 갖춰야 할 게 참 많았다. 남보다 넓은 집, 번듯한 차, 조금이라도 높은 자리. 그걸 위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일에 매달렸다. 조금만 더 벌면, 아이들만 크면, 이 일만 끝나면 쉬자고 미뤄왔다.

그렇게 정신없이 달리다 은퇴를 맞으면 질문이 달라진다. 얼마를 더 벌까가 아니라,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까를 묻게 된다. 그때 돌아보면 평생 쫓던 것들이 생각보다 작아 보인다. 그렇다면 은퇴 후에 진짜 재산으로 남는 건 무엇일까.

1. 내 발로 걸을 수 있는 몸
젊을 땐 아프지 않은 게 당연했다. 그래서 건강이 재산이라는 말이 잘 와닿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 달라진다. 아침에 허리가 안 아픈 것, 무릎이 멀쩡한 것만으로도 감사한 날이 된다.
누구 도움 없이 시장에 가고 공원을 걷는 것도 큰 자유다. 먹고 싶은 걸 마음껏 씹고 속 편하게 소화하는 것도 그렇다. 잃은 돈은 다시 벌 수 있지만, 크게 잃은 건강은 돈을 써도 잘 돌아오지 않는다. 걸을 수 있을 때 걷고, 움직일 수 있을 때 움직여야 한다.

2. 나를 지킬 만큼의 돈
젊을 때 돈은 남에게 보여주는 수단이기도 했다.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집에 살아야 인정받는다고 믿었다. 노년의 돈은 다르다. 보여주려고 쓰는 돈이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돈이다.
아플 때 치료비부터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면 된다. 가끔 자식들과 외식하고, 오랜 친구에게 밥 한 끼 살 수 있으면 충분하다. 무엇보다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안 해도 된다는 게 크다. 다만 평생 모으기만 하다가 몸이 안 따라줄 때가 오면 소용이 없다. 건강할 때 여행 가고 좋은 추억을 만드는 데는 써도 된다.

3. 매일 기다려지는 할 일
평생 은퇴하는 날을 기다리며 살았다. 출근도 없고 눈치 볼 사람도 없는 삶이 얼마나 좋을까 상상했다. 처음 몇 주는 정말 좋다. 그런데 매일이 쉬는 날이 되면 어느 순간 오늘은 뭘 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
할 일 없는 하루는 생각보다 길다. 그래서 작은 일이라도 하나 있어야 한다. 책을 읽든, 텃밭을 가꾸든, 친구와 산에 오르든 상관없다. 남에게 인정받을 필요도 없다. 잠들기 전 내일 이거 해야지 하고 떠오르는 일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아직 하루를 기다리며 산다.

넓은 집도 높은 자리도 언젠가는 내려놓게 된다. 대신 건강한 몸으로 눈을 뜨고, 내 힘으로 하루를 꾸리고, 내일 할 일이 하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은퇴 후의 재산은 통장보다 하루를 채우는 방식에서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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