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을 때는 버는 만큼 쓰며 살아도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인다. 월급날이 되면 통장이 다시 채워지고,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식당에 가는 게 당연하게 느껴진다. 저축은 나중에 해도 된다고 미루고, 당장 즐기는 게 남는 거라고 여긴다. 그렇게 몇십 년이 지나 퇴직을 하고 나서야 통장 잔고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매달 들어오던 월급은 끊기고 연금만으로는 빠듯하다.

나이가 들면 들어오는 돈은 줄고 나갈 곳은 오히려 늘어난다. 병원 갈 일이 잦아지고, 경조사도 많아지고, 집도 손볼 데가 생긴다. 그때 손에 쥔 게 없으면 생활만 어려워지는 게 아니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까지 달라진다. 60대에 돈이 없으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

1. 아쉬운 소리를 먼저 해야 한다
갑자기 병원비가 크게 나오거나 집에 목돈 들어갈 일이 생기면 기댈 곳부터 떠올리게 된다. 전화기를 드는 곳은 대개 자식이나 형제다. 번호를 눌렀다 지우기를 몇 번이나 반복한다. 안부를 묻는 척 이야기를 꺼내다가 겨우 본론을 말한다. 상대가 잠시 말이 없으면 그 몇 초가 몇 분처럼 길게 느껴진다. 전화를 끊고 나면 돈을 빌린 것보다 자존심을 내려놓은 게 더 오래 남는다.
젊을 때 고개를 숙이는 건 잠깐 참으면 지나간다. 하지만 나이 들어 숙이는 고개는 살아온 세월 전체를 내려놓는 기분이 든다. 한 번 도움을 받고 나면 그 집 일에는 말 한마디 보태기도 조심스럽다. 명절에 만나도 괜히 먼저 눈치를 살피게 된다. 자식 앞에서도 부모로서의 목소리가 작아진다.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만으로도 노후의 품위는 지켜진다.

2. 불러주는 곳이 하나둘 줄어든다
동창 모임, 계모임, 등산 모임이 처음에는 꽤 많다. 그런데 회비가 부담스러워 한두 번 빠지기 시작하면 연락이 점점 뜸해진다. 밥값을 나눠 낼 때마다 지갑 사정을 계산하게 되고, 2차를 가자는 말에는 핑계를 대고 먼저 일어선다. 여행 계획이 올라와도 선뜻 손을 들지 못한다. 경조사 봉투 하나 챙기는 것도 부담스러워 모르는 척 넘어가는 일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단체 대화방에서도 내 이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이런 변화를 금방 알아챈다. 몇 번 거절당하고 나면 다음부터는 아예 묻지도 않는다. 모임 소식을 다른 사람에게 건너 듣게 되는 날도 온다. 누구도 대놓고 따돌린 게 아닌데 어느새 혼자 남아 있다. 나이 들수록 사람 사이에도 여유가 있어야 오간다는 걸 그때서야 실감한다. 외로움은 갑자기 오는 게 아니라 이렇게 조용히 스며든다.

3. 몸이 아파도 일을 놓지 못한다
또래들이 은퇴 후 텃밭을 가꾸고 손주를 보러 다닐 때 다시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한다. 경비, 청소, 주차 관리처럼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다. 새벽같이 나가 젊은 사람들 눈치를 보며 하루를 버틴다. 무릎과 허리가 쑤셔도 하루 쉬면 그만큼 생활비가 줄어드니 파스를 붙이고 다시 나간다. 하기 싫은 일이어도 그만두겠다는 말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자식뻘 되는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들어도 고개를 숙이고 넘긴다.
일을 하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문제는 선택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때다. 쉬어야 할 나이에 쉬지 못하면 몸이 먼저 무너진다. 젊을 때는 하룻밤 자면 풀리던 피로가 며칠씩 이어진다. 몸이 무너지면 병원비가 늘고, 병원비가 늘면 또 일을 놓을 수 없다. 노후의 여유는 이 굴레에 들어서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돈은 화려하게 살려고 모으는 게 아니라 늙어서 남에게 고개 숙이지 않으려고 모으는 것이다. 지금 참고 아낀 돈이 나중에 내 자존심을 지켜준다. 오늘 쓰려던 돈 한 장을 내일의 나에게 미뤄두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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