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김치를 안 가져가겠다길래..” 친정 냉장고를 열어보고 한참 말이 없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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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흔인 나는 김장철마다 아들 집에 김치를 두 통씩 보내준다. 며느리도 내가 담근 김치를 좋아해서 매년 “어머니 김치가 제일 맛있어요”라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올해는 김장을 한다고 연락했더니 며느리가 뜻밖에도 “어머니, 저희는 이번에는 안 주셔도 돼요”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혹시 내 김치가 입에 맞지 않게 된 건가 싶어 조금 서운했다.

며느리는 이유를 제대로 말하지 않았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어차피 하는 김장인데 너희 것 조금 더 하면 되지.”
그러자 며느리는 한참 망설이다 다시 말했다.
“아니에요, 어머니. 올해는 정말 괜찮아요.”
왜 그러냐고 물어도 “집에 김치가 좀 많아서요”라는 말뿐이었다. 그런데 며칠 뒤 아들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엄마, 며느리가 지난주에 친정 갔다가 좀 울었어.”
나는 무슨 일이 있었나 싶어 이유를 물었다.

친정 냉장고를 열었다가 김치통을 발견했다
며느리의 친정엄마도 해마다 딸에게 김치를 보내주셨다고 했다. 하지만 며느리는 내가 보내준 김치가 입맛에 더 잘 맞아 주로 그것부터 먹었다. 친정엄마가 보내준 김치는 냉장고 한쪽에 조금씩 남았고 어떤 때는 오래돼 버리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친정에 갔다가 냉장고 문을 열어본 며느리는 한참 말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냉장고 한쪽에 작은 김치통 하나가 있었다.
친정엄마가 드시는 김치였다.
며느리가 물었다.
“엄마, 김치 이것밖에 없어?”
그러자 친정엄마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너희 보내주고 남은 거지. 나는 조금만 있으면 돼.”

그제야 며느리는 자신이 받기만 했다는 것을 알았다
며느리는 그 말을 듣고 냉장고 앞에 한참 서 있었다고 했다.
친정엄마는 해마다 딸에게 큰 통으로 김치를 보내면서 정작 자신은 작은 통 하나를 남겨 먹고 있었다.
며느리는 그동안 김치가 오면 당연하게 냉장고에 넣었고 다 먹지 못하면 오래된 것을 버리기도 했다.
그런데 엄마에게는 그 김치 한 통을 채우기 위해 며칠 동안 장을 보고 배추를 절이고 허리를 숙여 양념을 버무리는 시간이 있었다.
며칠 뒤 며느리가 내게 전화했다.
“어머니, 저 올해부터 김치는 조금씩 사 먹으려고요.”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친정엄마 것도 받지 않으려고요. 두 분 다 이제 자식들 김치 그만 담그셨으면 좋겠어요.”
그제야 나도 며느리가 내 김치를 거절했던 이유를 알았다. 싫어서가 아니었다.
이제는 엄마들이 자식 먹을 것을 챙기느라 자기 몸을 쓰는 일이 당연하지 않았으면 했던 것이다.

그해 나는 아들 집 김치를 따로 담지 않았다.
며느리도 친정엄마에게 처음으로 “엄마 먹을 것만 조금 해”라고 말했다고 했다.
처음에는 두 엄마 모두 섭섭해했다. 자식에게 김치를 보내는 것이 힘든 일이면서도 오랫동안 부모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사랑의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실제 중년과 노년 부모, 결혼한 자녀 사이에서 있었던 여러 사연과 경험을 바탕으로 일부 내용을 재구성한 실화다. 부모는 자식이 쉰 살이 되어도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자식이 받지 않는 것도 부모를 사랑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냉장고를 가득 채워주는 것이 부모의 사랑이었다면, 이제는 부모의 냉장고와 부모의 하루가 먼저 채워지도록 돌려드리는 것이 자식의 사랑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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