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퇴직하고 매일 같은 시간 집을 나서길래..” 몰래 따라갔다가 한참을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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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정년퇴직을 마친 남편은 평소와 다름없이 매일 아침 여덟 시만 되면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어디로 출근하는지 물어도 남편은 그저 새로운 소일거리를 찾았다며 인자한 미소만 짓고 서둘러 신발을 신었다.
그 모습이 어딘가 어색하고 이상하게 느껴진 나는 어느 날 아침 남편의 뒤를 몰래 따라밟기로 마음먹었다.

지하철역으로 들어선 남편은 익숙한 표정으로 교통카드를 찍고 승강장 구석에서 조용히 열차를 기다렸다.
출근길 사람들 사이에 섞여 한참을 이동한 남편이 내린 곳은 번화가 뒤편의 작고 오래된 건물 앞이었다.
남편은 익숙하게 건물 계단을 올라갔고 나는 숨을 죽인 채 일정 거리를 두고 조심스럽게 그 뒤를 쫓았다.

남편이 들어간 곳은 작은 직업재활 센터였으며 그곳에서 남편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묵묵히 짐을 날랐다.
가족들에게 실직자의 무력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매일 정장을 입고 나와 이곳으로 출근했던 것이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땀을 닦으면서도 남편은 동료들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멀찍이 서서 그 장면을 바라보던 나는 가슴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왈칵 차올라 차마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남편이 짊어진 가장이라는 무거운 책임감이 얼핏 보였기에 한참 동안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남편을 바라보았다.
소매 끝으로 몰래 눈물을 훔쳐낸 나는 남편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용히 발걸음을 돌려 건물 밖으로 나왔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저녁 식사로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따뜻한 찌개를 정성껏 끓이며 그를 기다렸다.
퇴근길에 돌아와 수고했다는 나의 따뜻한 한마디에 남편은 피곤한 눈빛 속에서도 안도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식탁에 둘러앉아 남편의 지친 손을 가만히 잡으며 앞으로의 날들을 함께 차근차근 헤쳐 나가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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