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나이가 들면 자식에게 기대어 사는 것이 가장 편하고 안전한 노후일 거라고, 큰 의심 없이 당연하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정작 70대에 접어들어 주변에서 상팔자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을, 부러운 마음을 애써 감추며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의 공통점은 의외로 전혀 다른 데 있다.
자식에게 기대는 대신, 젊었을 때부터 스스로 두 발로 튼튼히 서 있을 수 있는 몇 가지 조건을 미리, 그리고 조용히 갖춰둔 사람들이었다. 반대로 그런 조건 하나 없이 그저 나이만 먹은 사람은, 아무리 자식이 남들 보기에 번듯하게 잘돼 있어도 결국 눈치 보는 초라한 노후를 끝내 피하지 못한다. 70세를 넘긴 이후의 삶은 단순히 통장에 든 재산의 크기가 아니라, 이 조건들을 얼마나 미리 갖췄는지 여부에서 그 격차가 갈리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주변에서는 그저 몸만 건강하고 통장에 돈만 좀 있으면, 노후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저절로 편해질 거라고 참 쉽게들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상팔자로 불리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하나하나 차근히 들어보면, 그 안에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른, 조금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원칙이 자리하고 있다.
돈, 몸, 그리고 자식과의 관계, 이 세 가지를 지금까지 살아오며 각각 어떻게 다뤄왔는지에 따라 노후의 품격과 하루하루의 표정은 그야말로 완전히 달라진다. 겉으로 보기엔 비슷비슷한 형편이어도, 이 원칙을 지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그중에서도 70세를 이미 넘긴 지금이라면 반드시, 그리고 무엇보다 꼭 챙겨야 할 세 가지를, 지금부터 순서대로 하나씩 자세히 짚어본다.

1. 내 돈을 자식에게 다 내주지 않는 것
자식이 사업이 힘들다거나 갑자기 목돈이 급하다고 할 때, 마음이 약해져 선뜻 통장부터 열어주는 부모가 생각보다 적지 않다. 처음엔 그 돈이 정말 큰 도움이 됐다며 몇 번이고 고마워하는 자식의 밝은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켠이 뿌듯해진다.
하지만 그렇게 한 번, 두 번 아낌없이 계속 내어주다 보면, 어느새 내 손에 남은 돈은 몇 푼 되지 않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조용히 찾아온다. 정작 내 병원비가 필요하거나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이런저런 눈치를 살피며 아쉬운 소리로 손을 벌릴 곳은 이제 자식밖에 남지 않게 된다. 바로 그 순간부터, 오래도록 지켜온 부모 자식 간의 관계는 도움을 주던 든든한 부모의 자리에서 도움을 구하는 부모의 자리로 완전히, 그리고 조용히 뒤바뀌어 버린다.

2. 내 다리로 걸을 수 있는 힘을 지키는 것
젊을 때는 두 다리로 걷고 뛰어다니는 게 너무나 당연해서, 그 평범하고도 소중한 가치를 정작 오랫동안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고 산다. 하지만 하체 근력이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하면, 병원에 가는 일부터 마트에 다녀오는 사소한 일까지 전부 남의 손을 빌려야만 한다.
처음엔 어쩌다 한두 번 누군가의 부축을 받는 정도로 끝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외출 자체를 아예 포기하고 하루 종일 집 안에만 머무는 날이 하나둘 늘어난다. 몸이 묶이면 마음도 덩달아 함께 묶여버려서, 그렇게나 좋아하던 계모임이나 동창 모임에도 하나둘 발길을 끊게 된다. 결국 다리 힘 하나가 그 사람의 하루 전체는 물론, 앞으로 남은 인간관계의 폭과 깊이, 그리고 삶의 질까지도 함께 좌우하게 된다.

3. 자식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
이미 다 큰 자식이 살아가는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혀, 매일같이 전화를 걸고 사소한 것 하나까지 사사건건 참견하는 부모가 있다. 처음엔 다 걱정에서 나온 말이라는 걸 자식도 잘 알기에, 웬만하면 군말 없이 참고 들어준다.
하지만 그런 참견이 계속 반복되면, 자식은 어느 순간부터 부모의 이름이 뜨는 전화벨 소리만 울려도 마음이 먼저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결국 부모의 전화를 이런저런 핑계로 은근슬쩍 피하게 되고, 명절이나 생신처럼 도리상 꼭 필요한 자리에서만 겨우 얼굴을 비치는 사이로 멀어진다. 반대로 적당한 거리를 지킬 줄 아는 부모의 곁에는, 오히려 자식 쪽에서 먼저 다가와 안부를 묻고 속내까지 스스럼없이 털어놓는다.

남에게 다 내주지 않는 돈,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다리, 자식과의 적당한 거리. 셋 다 특별히 화려하거나 대단한 조건은 아니지만, 이 세 가지를 오래도록 성실하게 지켜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70대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상팔자는 하늘이 내려준 타고난 복이 결코 아니라,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것들을 젊을 때부터 미리 하나둘 챙겨온 사람에게 뒤늦게 찾아오는 담담한 결과에 더 가깝다. 혹시 지금 이 세 가지 중 놓치고 있는 게 하나라도 있다면, 아직 하나도 늦지 않았으니 오늘부터라도 조금씩 하나씩 되찾아가면 된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자식에게 기대는 대신 내 두 발과 내 힘만으로 설 수 있는 걸음 하나를 더 늘려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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