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륙을 누빈 멸종한 맹수 아메리카치타의 정체가 고대 DNA 분석으로 보다 명확해졌다. 이름이나 생김새와 달리 실제 치타와는 거리가 멀고, 북극권에 살던 일부 개체는 물고기를 주로 먹었을 가능성이 떠올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크루즈(UCSC) 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 ‘플라이스토세 아메리카 치타 미라키노닉스 트루마니의 서식 범위와 식성 다양성(Range and diet diversity in the Pleistocene American cheetah Miracinonyx trumani)’을 4일 발표했다.
미라키노닉스 트루마니는 플라이스토세(홍적세) 북미에 서식한 고양잇과 맹수다. 날씬한 몸과 긴 다리 등 현생종 치타를 떠올리게 하는 외형 때문에 오랫동안 아메리카치타로 불렸다. 빠른 북미산 가지뿔영양이 이 맹수의 추격을 피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놀라운 속도를 갖게 됐다는 가설까지 제기됐다.

아메리카치타의 상상도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연구팀은 미국 와이오밍과 캐나다 유콘에서 발견된 미라키노닉스 트루마니 화석의 핵 DNA를 분석하고 여러 고양잇과 동물의 유전체와 비교했다. 그 결과 이 생물은 현생종 치타보다 퓨마에 훨씬 가까웠다. 퓨마와는 약 260만 년 전 공통 조상에서 갈라진 자매종으로 분석됐다.
UCSC 몰리 캐싯 존스톤 연구원은 “치타와 닮은 외모는 가까운 혈연관계가 아니라 수렴진화의 결과로 보인다”며 “서로 먼 관계의 동물이라도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가면서 유사한 신체 특징을 독립적으로 갖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 뜻밖의 사실은 서식지와 먹이다. 이번에 분석된 유콘 화석은 약 2만3000~3만1000년 전 것으로, 미라키노닉스 트루마니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위도상 약 20°나 더 북쪽까지 진출했음을 보여줬다”며 “추운 북극권의 극단적인 낮과 밤에 적응한 흔적도 유전자에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약 2만~3만 년 전 아메리카치타 화석의 분포와 이번 연구에 사용된 표본 위치. 노란 점은 기존 미라키노닉스 트루마니 화석 발견지, 파란 점은 이번 연구팀이 분석한 표본 발견지다. 캐나다 유콘의 블루피시 동굴과 어퍼 쿼츠 크리크 표본은 이 동물의 서식 범위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북쪽까지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회색은 마지막 빙하기 극대기(LGM)의 대륙빙하 범위다. 왼쪽 아래는 연구에 사용된 화석 표본들 「사진=커런트 바이올로지」
안정동위원소 분석에서는 유콘 개체들의 독특한 식성도 드러났다. 와이오밍 등 남쪽의 미라키노닉스 트루마니가 초원에서 여러 동물을 노리는 포식자였던 것과 달리, 북쪽 개체들은 연어 같은 회유성 물고기를 적극적으로 먹은 것으로 파악됐다. 퓨마처럼 환경에 따라 먹이와 생활방식을 바꾸는 유연한 포식자였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몰리 캐싯 존스톤 연구원은 “이번 성과는 약 1만 년 전 자취를 감춘 미라키노닉스 트루마니의 멸종에 관한 단서도 제공했다”며 “와이오밍과 유콘 개체 모두 유전적 다양성이 낮았지만, 멸종 직전 심각한 근친교배나 급격한 개체 수 붕괴가 일어난 흔적은 뚜렷하지 않았다. 홍적세에 걸쳐 유전적 다양성이 장기간 서서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멸종한 미라키노닉스 트루마니와 현생종 고양잇과 동물의 분기를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연구원은 “이런 장기적 감소가 미라키노닉스 트루마니의 즉각적인 멸종 원인은 아니다”며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기후와 생태계가 급변했을 때 적응할 능력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화석 동물의 외형만으로 혈연관계와 생활방식을 판단하는 데 얼마나 큰 한계가 있는지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향후 보다 많은 샘플을 분석해 미라키노닉스 트루마니의 가계도를 확립할 계획이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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